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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잃은 우울한 아버지들 …‘은퇴 40ㆍ50 가장 ’ 우울증 환자 급증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실직→재취업 실패→투자 실패→가족 살해’로 이어진 극단적인 서울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의 경우처럼 우리사회에 ‘우울한 가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정에서 소외당하며 유약해진 우리네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0.5% 수준이었던 우울증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은 2011년 30.9%, 2013년 31.4%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4050세대’ 남성 환자는 2009년 6만7518 명에서 2013년에는 8만2025명으로 늘었다. 2013년을 기준으로 남성 우울증 환자 분포 역시 50대가 20.6%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 뿐 아니라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50대 남성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8명으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다. 

[헤럴드경제DB]

이처럼 4050 남성들의 우울증이 늘어나는 데는 은퇴에 대한 압박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그러면서도 가족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의 취업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4050세대의 자녀들은 여전히 부양 대상이다. 때문에 현재 중년 가장들은 실직을 당할 경우 가정 경제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중압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40대~50대의 장년층이 실직 후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63.9%는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의 재취업률은 35%에 불과하다. 재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치킨집, 음식점, 제과점 등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지만 준비없는 창업과 과당 경쟁, 불황 등의 악재가 겹치며 1~2년도 못견디고 폐업하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 2명 중 1명이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을 상실한 가장들은 가정을 부양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다른 가족과의 정신적 연대 단절 등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장년층에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하고 실직자들이 온전히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장년 일자리 정책은 장년 세대에 특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처별 연계를 통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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