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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고통의 강 저 너머에…
공지영이 최근 펴낸 ‘수도원 기행2’는 ‘날선 이성’을 신봉하던 베스트셀러 작가가 ‘영성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가치의 전복을 다룬 책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논리도 좀 되고 나름 비판적이며 지성적인 소설가가 ‘할렐루야 아줌마’로 거듭나는 얘기다. 그는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비로소 자신의 교만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절망의 사슬에서 놓여나는 구원을 체험했다고 고백한다. 공지영은 알려진 것 처럼 세 번의 이혼과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가 가톨릭에 귀의하게된 사건은 새 천년을 앞둔 1999년 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어났다. 고시공부를 하는 것 보다 더 성심을 다했던 세 번째 결혼 생활이 산산조각 나는 지점이었다고 한다. 커다란 대추를 물고 있는 것처럼 부어터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을 하고, 돌 지난 막내를 포대기에 둘러업고 다섯 살짜리를 걸려 경찰서로 갔다. 얼굴이 알려진 작가다 보니 많은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수치심 때문에 손가락이 굽어지지 않아서 진술서를 잘 쓸 수가 없었지만 ‘왜 폭력은 당할 때 보다 드러날 때 더 수치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꾸역꾸역 채웠다고 한다. 허둥대며 운전석에 앉은 그는 어릴 적 성당을 다녀 무의식에 잠재해있던 하느님을 목젖이 보이도록 부르짖었다. 그 때 신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되고 18년만에 다시 찾은 성당에서 신과 만나는 영적 체험을 한다.

공지영은 구원이, 우리가 구원을 생각할 때 의당 그것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팽개친 채 왔다고 했다. 그것은 모욕의 이름으로 왔고, 벼랑 끝으로 밀려 극심한 공황장애에 몸부림칠 때 왔다고 한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이같은 과정을 겪었다. 이명박정권의 개국공신으로 정치권의 내로라하는 전략가였던 그는 저축은행 금품비리로 구속됐다가 10개월의 복역 끝에 얼마전 무죄가 확정돼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정 의원은 처음에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아, 세상을 원망했지만 성경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고 했다. 그가 서울구치소를 의왕국립기도원으로 부르는 이유다. 링컨이 쓴 ‘권력의 조건’을 읽고는 늘 경멸과 증오의 언어를 남발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관용과 인내를 배웠다고 한다. 국회로 돌아온 그는 “모든 걸 다 빼앗기고 보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 가 없었다. 국회의원 이란 귀중한 자리를 사랑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결 맑아진 그의 미소는 고난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영혼이 발가벗겨지는 모욕을 당한 조현아도 한때 공지영과 정두언이 그랬던 것 처럼 절망적 공간에 갇혀 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구치소 혼거실에 던져져 이름 대신 수형번호로 불리고 다른 미결수들의 칼날같은 시선을 받는 현실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부하 직원에 인권침해를 했다면 세상은 자신에게 인격살인을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억압의 공간을 성찰의 공간으로 받아들인다면 경영인의 품성을 다지는 일생일대의 전기가 될 것이다. 내면으로 침잠해 스스로 고요한 참회의 시간을 가져보라. 고통은 때로 ‘위장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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