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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역설의 시대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인간들이 이렇게 깊이 파고들어 올 때는 언제나 똑같은 이유가 있어. 내 석유를 퍼올리는 것이지. 이 물질은 바로…… 나의 피, 나에게 없으면 안 되는 검은 피…… 저들이 그 사실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저들은 매번 똑같은 이유로 그것을 내게서 훔쳐간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멸을 향해가는 인류의 어리석은 선택과 기상천외한 대응을 그린 소설 ‘제3인류’의 한 대목이다. 베르나르는 인간이 석유를 파내는 이유는 그저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 사용하며, 대개의 경우 그 목표는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들은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훔쳐 내어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데에 써버린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

검은 원유는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의 엔진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 검은 원유는 탄화수소의 혼합물로 이를 분리해 휘발류와 등유, 경유, 증유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부산물은 각종 화학제품의 원료가 된다. 원유가 만들어진 과정은 불분명하지만, 수천만년에서 수억년에 걸쳐 거대 동물과 유기화합물이 땅속에 묻힌 뒤 강력한 압력과 열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인류는 불과 수백년 원유의 채굴을 통해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원유의 비중이 워낙 커 작은 가격변동에도 경제가 휘청거린다. 원유가 나지 않는 한국은 지금까지 유가 상승을 우려해왔다. 그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유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글로벌경제의 한 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축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니듯이, 상식의 반전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베르베르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처럼 사고의 끝없는 반전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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