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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일본의 검찰개혁을 바라보며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2010년 9월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오사카지검 증거조작사건이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오사카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가 당시 후생노동성 국장을 피의자로 수사하던 중 증거가 불충분하자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사건의 중요한 증거물인 플로피 디스크의 데이터 작성일시를 조작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발각되자 일본 언론과 방송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취급되어 연일 보도가 쏟아졌고, 여러 전문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유죄입증을 위해 어떻게 증거조작까지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은 아닐까 등의 의문이 이어졌다.

사건이 발각된 후 대처는 엄중하고 신속했다. 발각 직후 담당검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되고, 상사였던 특수부의 부부장검사와 부장검사도 범인은닉죄로 체포됐다. 이듬해 4월 제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되고, 항소포기로 형이 확정됐다. 상사 2명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2012년 3월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고, 항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당사자 3명의 면직 외 감봉 4명, 계고 1명 등 감독자 징계처분과 검찰총장의 사퇴가 이어졌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 사건 이후의 일본사회의 대처 모습이다. 일부 검사의 일탈문제로 취급해 그들을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재발방지를 위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확실한 개선책을 도출해내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10년 11월 사회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제도개혁회의가 발족됐다. 이후 수사, 기소, 재판제도 전반에 걸친 재검토를 위해 기구가 확대재편됐다. 4년에 가까운 긴 논의 끝에 지난해 7월 최종적인 개혁방안이 확정됐다.

해결방안으로 논의 초기 검찰특수부의 폐지까지 검토됐다. 일본검찰의 특수부는 검찰에서 직접 입건한 소위 독자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전국 250여개의 지검․지청 중 동경, 오사카, 나고야의 3곳 지검에만 설치되어 있다. 일단 인원을 감축하는 선에서 독자수사를 존속은 시켰다. 대신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우려되는 자백강요, 밀실(검사실)수사와 조서 왜곡 등을 없애기 위해 모든 검찰의 독사수사는 비디오로 녹화하기로 했다. 인권후진성을 드러내던 일본수사실무에 대한 학계나 변호사회의 오랜 주장이 일부 관철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외에 국선변호 등 변호인조력권의 강화, 검찰증거의 열람등사 확충도 수반됐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개혁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시대적 과제다. 검찰권 비대화의 문제는 일본에 비견할 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 최대 관심과제의 하나이기도 했다. 검찰권의 비대화나 이에 따른 남용, 부작용은 제식구 감싸기수사, 검찰피의자 자살사례 등으로 드러나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다. 일본검찰과 흡사한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도 있었다. 피의자 수사과정에서의 자백강요, 인격모욕이나 조서왜곡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선진각국처럼 비디오녹화를 의무화하는 것이 해법이다. 분권과 견제 등 그간 논의·제시돼온 거시적인 다양한 개혁방안의 실천이 중요하다. 이것이 검찰이 바로 서고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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