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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직난에 몸값 깎는 대한민국 靑春들
[헤럴드경제=서경원ㆍ배두헌 기자]#1.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나온 김모(28)군은 작년 졸업 후 취업준비기간이 벌써 1년을 넘겼다. 처음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만 해도 학점이나 스펙이 나쁘지 않아 대기업 사원증을 당장 손에 쥘 수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기도 모르게 이력서 희망연봉란에 기재하는 액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가장 크게 느꼈다.

#2. 일본에서 미술을 전공한 양모(27)양은 지난 2012년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부터 취업전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우선 회사 인턴 위주로 경력을 쌓다 외국어 점수가 부족한 것 같아서 중간에 필리핀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이만하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낙방에 점점 연봉이 낮은 대기업으로 내려가다 결국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급여에 비해 업무강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아 6개월만에 회사를 도로 나와버렸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몸값을 얼마나 낮춰 지원을 해야 하는건지 혼란에 빠져있다.


오랜 구직난(難)으로 취업할 수 있단 자신감을 잃은 탓에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대학 졸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졸자들의 희망연봉과 기업들의 제시연봉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13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워크넷을 통해 구직을 신청한 총 4만2346명의 대졸자(4년제)들의 월평균 희망임금은 205만8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구인업체들이 제시한 평균 제시임금인 210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통 구직자의 희망임금이 기업의 제시임금보다 높지만, 장기 구직활동에 지친 대졸자들이 취업이 다급해 급여수준을 큰 폭으로 낮춰 잡는 사례가 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세정 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무래도 대졸 학력자들의 취업이 어렵다보니 스스로 급여 수준을 낮춰 사회진출을 성공시키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졸자의 희망임금은 2012년부터 제시임금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나, 대학원 졸업자 등 다른 학력 소지자들은 모두 희망임금이 제시임금보다 높다. 고졸의 경우 2013년 현재 희망임금(164만원)이 제시임금(162만2000원)보다 1만8000원 높고, 대학원졸 이상도 희망임금(258만5000원)이 제시임금(249만4000원)보다 9만1000원 많다.


대졸자들은 급여뿐 아니라 전공 연관성도 포기한 지 오래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대졸 이상 신입 구직자 16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6%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공과 관계없이 구직 활동을 하는 이유 중 43.8%가 전공 관련 채용이 없기 때문으로 가장 많았고, 취업 성공이 가장 중요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21.4%에 달했다.

지방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유모(31)씨는 “욕심은 버린지 오래”라며 “얼마를 받더라도 우선 취직을 하겠단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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