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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요♡”…‘하늘에서 온 아이의 메시지’ 진실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가슴에 묻은 아이와의 대화…’. 이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거짓말처럼’ 벌어지며 유족에 뜻밖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녀를 잃은 단원고 학부모 A 씨가 아이에게 ‘습관처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가 ‘답장’을 받아 화제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용이 해지된 휴대전화 번호의 경우 약 15일의 ‘에이징 기간(해당 번호 재가입을 보류하는 기간)’을 거치면 재사용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A 씨는 최근 아이에게 “너 없는 세상 뭐라고 말해야 하니, 답 좀 해다오”라고 말을 걸었다. 이미 참사로 잃은 아이였기에 답은 기대치 않았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뒤 “잘 지내고 있으니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라”는 ‘아이의 답장’이 날아왔다. 아이가 생전 쓰던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새 주인이 A 씨의 문자를 받고 위로를 보낸 것이었다. 이에 A 씨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며 우리 아이도 무척 착했는데 하늘에서 좋아하고 있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몇해 전 아들을 급성 백혈병으로 먼저 보낸 한모(55ㆍ여) 씨도 지난해 믿을 수 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죽은 아들의 번호로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의 ‘하트’가 날아온 것이다. 깜짝 놀라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웬 초등학생의 사진이 장난스런 문구와 함께 걸려있었다. 우연히 한 씨의 아들과 같은 번호를 쓰게 된 아이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알 수도 있는 친구’로 뜬 한 씨에게 하트를 보낸 것이었다. 한 씨는 “비록 아이가 무심결에 한 행동이었겠지만, 제대로 된 대화 한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떠난 아들이 내게 ‘하트’를 보내온 것 같아 가슴이 저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반적으로 고인의 휴대전화는 사망 후 해지 수순을 밟게 된다. 본인 명의든 타인 명의든 유족 등 대리인이 고인의 사망확인서와 함께 고인과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가지고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으면 해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통신사에서 고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기본 요금 등이 빠져나간다. 다만 장례 등의 이유로 해지가 늦어져도 사용 내역이 없고 사망 시점만 명확하다면 그 기간 동안의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유족이 이처럼 망자(亡者)의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것은 아니다.

A 씨와 달리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들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있다. 아들이 원래 쓰던 휴대전화는 아직도 차가운 진도 바닷속에 잠겨 건지지 못한 상태라 새 기기를 아들 번호와 연결했다. 전 위원장은 “아들의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간혹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다보니 차마 그걸 없앨 수가 없었다”며 “아이 엄마든 나든 가끔 아이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답을 해준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 외에도 일부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있거나, 사고 현장에서 찾지 못한 휴대전화 대신 새 휴대전화를 만들어 지니고 있다. 단순히 참척(慘慽)의 아픔을 휴대전화로 위로를 받겠단 의미가 아니다. 아직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휴대전화 내역 등이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사자의 휴대전화 해지와 관련해 “다른 사람들이야 금방 잊어버려도, 가족들 마음에는 고인이 여전히 살아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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