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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에 발목 잡힌 박원순표 토목사업
제물포터널·서울역 고가 공원화 등 난항…여론수렴 과정이 ‘여론 눈치보기’로 전락
박원순표 토목사업인 ‘제물포터널’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인 ‘여론 수렴’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 발목 잡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늦어도 지난해 11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제물포터널 사업은 여의도지역 주민 반발이 계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착공도 요원한 상태다.

제물포터널은 강서ㆍ양천지역 교통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인고속도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신월나들목(양천구)에서 여의대로(영등포구)에 이르는 7.53㎞ 구간에 왕복 4차로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대심도(지하 70m 도로) 터널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그러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 제물포터널은 당초 2013년 6월 착공해 2018년 말 개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터널 출입구가 들어서는 여의도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지연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여의도 일대 교통체증과 터널 내부 발암물질로 인한 대기질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년6개월간 주민설명회 등을 열어 반대 여론을 설득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 사이 서울시민디자인위원회에서 제물포터널 내부 공기질과 비상시 대피 문제를 지적하면서 반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여의도지역 주민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대 여론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와 민자사업자인 서울터널(대림산업 컨소시엄)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착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민선 6기 역점사업인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도 제물포터널의 전철을 밟고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여론 수렴 절차없이 섣불리 사업을 추진하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등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서울시가 뒤늦게 주민공청회, 사업설명회 등을 열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항의 농성으로 번번히 무산되는 상황이다.

12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문가토론회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및 환경 분야 교수들이 모여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경제성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반대 주민의 농성으로 개회사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의 편익비율(B/Cㆍ1을 넘으면 경제성 있는 사업)이 1.83에 달한다”(이영성 서울대학교 교수)는 객관적인 설명자료는 내놓지도 못했다. 서울시는 여전히 “주민 설득 없이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온다. 여론 수렴 과정이 자칫 ‘여론 눈치보기’로 전락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시민이 100% 만족하는 정책을 만들 수 없다”며 “언제까지 의견만 수렴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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