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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들 “수능-EBS 연계 출제로 찍어주기 횡행…학교수업 파행”
-평가원, 고교 교사 284명 대상 설문 조사
-65% “문제풀이 위주 찍기 수업 비중 증가”
-“지문보면 答찍을수있는 국어ㆍ영어 심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교사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능-EBS(교육방송) 연계 출제’ 때문에 이른바 ‘찍어 주기’ 식의 문제 풀이식 수업이 늘고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비중은 줄고 있어 사실상 수업이 파행을 겪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행 70%인 연계율을 낮출 뜻을 시사한 데다, 해당 내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여서 당장 현 고2 학생이 대상인 올(2016학년도) 수능부터 연계율이 낮아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14일 평가원이 최근 펴낸 학술지 ‘교육과정평가연구’에 실린 논문 ‘수능 난이도의 변화가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EBS 연계’에 따른 ‘쉬운 수능’ 정책 이후 고교 교사 중 3분의 2(66.9%)가 ‘하달(下達) 위주 강의식 수업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64.8%는 ‘문제 풀이 위주 수업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응답률을 교사 교과별로 보면 지문을 활용하는 영어(80.0%)와 국어(69.5%)의 비율이 높았고, 수학(53.1%)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또 수업에 사용하는 교보재(敎補材)의 경우 연계 이전에는 교과서(45.7%)가 EBS 교재(25.4%)보다 많이 사용됐지만, 연계 이후에는 비율이 역전(EBS 교재 63.0%>교과서 28.9%)됐다.

반면 ‘자기주도학습, 협동 학습 등 학생 활동 중심 수업 비중이 늘었다’는 문항에는 ‘그렇지 않다’의 응답률이 61.9%나 됐다

‘쉬운 수능’을 위해 최근 ‘비틀기’ 없이 EBS 교재ㆍ방송 내용이 거의 그대로 출제되면서 지문만 보면 사실상 정답을 찍을 수 있는 과목에 ‘찍어 주기 수업‘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교사들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원 연구진은 2013년 6월 우편을 통해 전국 16개(세종 제외) 시ㆍ도 101개 고교 교사 284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복수 응답 가능)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교사들(49.8%)이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 수업의 증가’를 꼽았다.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과 ‘학생의 실질적 입시 부담 증가’가 각각 32.7%, 30.9%의 응답률로 뒤를 이었다. ‘연계’의 긍정적 효과로 교육 당국이 기대했던 ‘자기주도학습의 강화’와 ‘학교 교육의 내실화’는 각각 응답률이 27.2%, 9.3%에 불과했다. 

‘쉬운 수능’은 수험생에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학습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애초 취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항별로 ‘하위권 학생의 경우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증가했다’에 응답자의 71.9%가, ‘상위권 학생의 경우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에 64.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절반을 넘는(52.7%) 교사들은 ’쉬운 수능 이후에도 학생들의 수능 포기 경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연계 출제가 ‘찍어 주기’ 수업을 유발하면서 본래 취지인 학생의 수학(修學) 능력을 오히려 감소시키고 있다”며 “연계 출제 정책이 계속되더라도 교과 원리를 파악하고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EBS 교재와 방송이 짜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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