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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상품의 경제학] 카피…무한경쟁이 낳은 사생아냐, 제갈공명이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흔히 겪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투(me too) 제품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나도 똑같이’라는 뜻이다. 1위 브랜드 제품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스타 브랜드를 그대로 모방해 그 인기에 편승,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일명 ‘카피캣(흉내내기)’상품이다.

유통가에서 다시 카피캣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우는 어린애에게 주면 울음을 딱 그친다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하지만 그 막강한 위력도 무너졌다. 다름 아닌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에게 말이다. 오리지널(원조)의 힘은 후속제품에 금세 밀렸다. 100% 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찌보면 카피캣 제품의 전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화장품업계도 동조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은 화장품 업계로 이전돼 꿀을 바른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허니버터칩 재료인 꿀, 버터, 감자를 그대로 화장품 성분으로 활용한 제품마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유통가가 온통 카피캣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비판만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카피캣 제품 이미지.

미투 상품이 시장을 공멸시킬 뿐이라는 부정론도 크지만, 무한경쟁이 낳은 ‘필연’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투 상품에 대한 ‘다시보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미투 상품의 역사는 깊다. 국내 최초의 미투 제품은 ‘초코파이’다. 1974년 오리온이 내놓은 초코파이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5년뒤 경쟁업체에서 잇달아 출시를 했다.

그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 원조 상품과 미투 상품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원조 상품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경우도 있지만 미투 상품과 대등한 매출을 보이거나 1위 자리를 내준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 모방에 대해 “경쟁업체의 히트제품을 흉내 내서라도 무한 경쟁시대에서 기업들이 살아 남기위한 전략”이라며 “제품 베끼기를 무한 경쟁시대가 낳은 ‘사생아’로 보기 보다는 전략적인 ‘제갈공명’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미투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다. 유통업계에서 뒤늦게 등장한 후발업체들이 경쟁사의 브랜드를 모방하면서 할인점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는 할인점의 가격 융통성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1위 제품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시장에서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측면이 더 많았다.

자사만의 고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해 시장에서 아예 퇴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외국에서는 같은 콜라 제품이더라도 ‘코카콜라’의 고유의 색깔인 빨간색을 차용하는 사례가 없다. 하지만 국내 모 업체에서 코카콜라처럼 빨간 포장지를 사용하다 결국엔 시장에서 사라지는 결말을 맞았다. 결국 ‘브랜드가 힘’이라는 진리를 대변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발제품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유사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며 “체계적인 준비없이 선발제품을 무조건 ‘카피’하다보면 품질관리도 잘되지 않으며 제품의 정체성마저 모호해지는 한계에 봉착한다”고 했다. 그는 “시련없는 장수 브랜드는 없다. 이기는 길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100여년동안 일관된 브랜드를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말보로, 코카콜라의 병 디자인 등은 그 브랜드를 지탱해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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