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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수처럼 타향살이…이만하면 성공했죠”
황해도 출신 상인 이병권씨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처럼 한국전쟁 당시 피난행렬을 따라 황해도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이병권(77세·사진) 씨. 국제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찾아간 작은 상가 안에는 낡은 점퍼 차림의 관록있는 노년의 상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국제시장에서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직접 일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이북출신 상인으로 알려져 있다. 황해도 지역 부유한 가정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전란을 피해 17세의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부산으로 흘러들게 된 것이다.

그가 국제시장에 정착한 것은 1962년 이른 봄. 군복무를 마치고 추천을 받은 곳이 국제시장의 한 금속상사다. 단순한 철물에서 복잡한 산업기계까지 금속과 관련한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국제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해 세 자녀를 둔 가장이 됐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한때는 번듯한 상사의 대표로까지 성공을 거뒀고 자녀들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는 S상사 오수찬 대표를 도와 일하고 있다.

의외로 그는 아직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영화보다 훨씬 생생하게 평생을 통해 현실에서 겪어왔기에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온국민이 영화를 통해 접한 스토리가 그에겐 현실이었다는 얘기다. 주인공 덕수처럼 파독광부나 월남전에 파병되진 않았지만 타향살이의 설움과 시장바닥의 냉혹함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삶을 헤쳐나온 것은 영화속 주인공과 닮은 꼴이다.

“피난 내려와서 자리잡은 부산, 국제시장은 치열한 내 인생의 무대였다. 아이들도 다 키웠고 이만하믄 건강 허니 부러울게 없시다. 그저 죽을때꺼정 시장에서 일하다 상인으로 죽으면 그만이외다”

평소에 주위사람들에게 애주가란 평을 듣는 그는 낙천적인 성격에 성실함이 몸에 붙은 인물이다. 인터뷰 중에도 손님이 찾아오면 곧바로 일어서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이 주문한 물건을 정성껏 찾아주는 모습에서 베테랑 상인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의 인기를 얻은 덕택에 “국제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늘었다”고 웃어보이는 그는 “당장에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국제시장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 모두가 행복한 것이 자신의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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