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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속 그곳 직접 보자” 골목마다 인파 북적
영화 국제시장 1000만 관객 돌파…활기넘치는 부산 국제시장 가보니
피난민 세대 옛 추억이 새록새록
“먹자골목 어묵·씨앗호떡 별미 수두룩…깡통 야시장에 젊은층·외국인 발길도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오랜만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13일 오후 부산 국제시장. 1000만인의 시장(市場)으로 다시 태어난 국제시장은 평일임에도 골목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국제시장 거리는 유모차를 대동한 가족들, 서로의 손을 잡은 연인과 친구들, 팔짱을 낀채 천천히 둘러보는 노부부까지 세대를 아울러 시장 구경에 나선 사람들로 분주했다. 국제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어묵과 씨앗호떡은 둘러싸인 인파로 여전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가게 ‘꽃분이네’는 모여든 관광객들로부터 연신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느라 가게앞을 지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1000만 관객 돌파는 실제 국제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 개봉이후 부산 국제시장에는 젊은층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영화속 ‘꽃분이네’의 촬영장소였던 영신상회는 전국에서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세대를 뛰어넘어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국제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영화 개봉 이후 젊은층의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 중년층 고객이 대부분이던 재래시장인지라 이곳 상인들에겐 믿기 어려운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국제시장은 부산 중구 신창동 일대 7197㎡ 대지에 6개 구역으로 나눠진 시장건물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부평(깡통)시장을 비롯해 창선(공산물)시장, 신창(먹자골목)시장 등 3개 시장을 통칭해 국제시장이라 부른다.

한국전쟁 이후, 몰려든 인파로 거대해진 시장이 인근으로 번져나갔기에 경계도 없고 이질감도 없어 하나의 시장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속 ‘꽃분이네’의 촬영장소였던 ‘영신상회’는 영화개봉과 동시에 간판도 ‘꽃분이네’로 바꿔 달았다. 영화속 장소를 힘들게 찾아올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이기도 했다.

신미란(36) 꽃분이네 사장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찾아드는 손님들로 마치 유명 관광지가 된 기분이다”며 “주말에는 국제시장 뿐만 아니라 부평깡통야시장과 먹자골목에도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내리쬐던 햇살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꽃분이네 가게 인근 한켠에는 양복차림의 노신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함경도가 고향이지만 피난 이후 줄곧 부산에서 살고 있다는 김인환(74세) 씨는 “때때로 고향이 생각 날때면 이곳 국제시장을 찾아 함흥냉면을 사먹곤 했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며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젊은 시절의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멀리 인천에서 국제시장을 찾은 박경자(62ㆍ여)씨는 “영화를 보고 과거 부산에서 살던 시절이 떠올라 국제시장을 찾게 됐다”며 “어릴적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김밥과 잡채를 먹기 위해 국제시장을 찾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고 말했다.

꽃분이네에서 1~2분 거리에 위치한 부평동 깡통야시장에는 보다 젊은층 인파로 넘쳐났다. 1950년대부터 군수물자를 내다팔면서 깡통시장으로 불렸던 부평시장은 시대를 달리하면서 해외 관광객과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 국내 최초의 야시장(夜市場)으로 거듭났다.

통로 중앙으로 늘어선 이동식 판매대에는 색다른 먹거리와 이색적인 관광상품들, 다양한 볼거리 등 젊음을 유혹하는 활기로 어둠을 밝혔다.

서울에서 여행온 대학생 김승일(25세) 씨는 “영화를 통해 국제시장의 의미를 알게돼 친구들과 함께 부산을 찾게됐다”면서 “어렴풋이나마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삶의 고뇌와 철학을 느낄 수 있어서 의미있는 여행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곳 국제시장엔 질곡의 근대사를 이제 막 이해하려는 신세대와 힘들고 치열했던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구세대가 함께 어울려 있었다.

영화 한편으로 국제시장은 세대간 단절로 시름해온 우리사회를 다시금 이어주는 작은 교집합이 된 셈이다.

이곳 상인들이 말하는 국제시장은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치열했던 우리네 삶의 현장이었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시장 변화로 찬바람마저 감돌았던 시장바닥에 오랜만에 온기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형편이 영화 한편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오래지 않아 반짝했던 관심이 시들해지면 또다시 차가운 현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곳 국제시장 사람들의 웃음뒤에는 여전히 불안한 여운이 남겨져 있었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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