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이터랩] 불! 불! 불!…원인은 늘 안전불감증
주차차량에 소방차 진입 지연…대피공간엔 잡동사니 참사불러
공동주택 작년에만 4231건 화재…진압·대피 인프라 정비 시급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비롯해 올들어 중ㆍ대형 화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작은 불씨를 큰 재앙으로 키우는 한국 사회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형참사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이 1000곳이 넘어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 타임’을 허비하기 일쑤다. 일부 아파트나 공동시설은 화재 발생시 대피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안전 불감증에 놓인 사람들은 화재 경보기가 울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제2, 제3의 의정부 화재 참사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공동주택에서 4231번 불…아파트 화재 증가추세=지난 10일 의정부 화재에 이어, 지난 13일 경기도 양주와 남양주에서 연이어 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난 가운데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주택에서 모두 4231건의 화재가 났다. 이는 2009년 4278건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공동주택 화재건수는 2008년 4737건을 기록한 이후 2010년 3866건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증가세다. 올해도 벌써 122건의 화마(火魔)가 공동주택을 덮쳤다. 지난해 전체 화재(4만2135건)가 2012년(4만3249건)보다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화재의 주 원인은 ‘부주의’에 의한 실화(失火)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화재를 유형별로 보면 부주의로 인한 실화가 2만1485건으로 가장 높았다. 전기 화재(9440건), 기계로 인한 화재(4063건)가 뒤를 이었다. 방화 및 방화의심은 전체의 3.38%인 1424건에 그쳤다.

발화점은 주방기기가 압도적이다. 발화 원인이 확인된 1만3888건 중 주방기기가 2570 건으로 가장 많다. 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경우 오토바이가, 13일 벌어진 남양주 아파트 화재는 김치냉쟁고가 발화점으로 꼽히고 있다.

▶소방차 못들어 가는 곳 허다=문제는 화재 발생시 초기 진압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곳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서울 강남이나 잠실, 상계동, 상암동 일대의 상당수 노후 아파트의 경우 소방전용도로가 심야시간이나 주말에 주차장으로 변해 긴급상황 발생시 소방차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또 소방도로는 물론 아파트 단지 진입로 양쪽으로 차량이 주차되는 바람에 골든타임(초기구조가능시간)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소방방재청과 중앙대가 공동 작성한 ‘화재 경계 및 현장활동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이 1021건에 달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인 540건은 주거지역이었다. 진입 곤란 지역을 포함하면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 접근이 사실상 어려운 지역은 전국 1600 곳에 달한다.

▶대피 공간에는 온갖 잡동사니=아파트 등의 화재건수는 늘어나고 초기진압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마저 어려워 인명 피해를 불리는 실정이다. 규제가 불합리한데다 그나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이 크다. 세대 내 대피공간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 및 국토교통부고시 ‘발코니 등의 구조변경절차 및 설치기준’에 따르면 2㎡ 이상의 별도 대피공간을 설치하고 대피공간의 출입구에는 1시간 이상 불꽃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문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준 상 아파트 대피공간에 설치되는 방화문이 열을 차단하기 어려워 대피자가 심각한 화상피해를 입는 등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대피공간에 온갖 잡동사니 물건을 쌓아두거나 보일러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해 화재 시 대피로를 가로막는 일도 허다하다. 아파트 내 화재경보기가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켜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일부 주민은 경보음을 듣고도 으레 있던 오작동으로 판단했다가 뒤늦게 대피해 피해가 컸다는 주민 진술도 나왔다.

▶화재 진압ㆍ대피 인프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새해 벽두부터 잇단 화재가 발생하니 “음력으로는 아직 갑오년으로 좋지 않은 양기운이 끊기지 않은 재앙”(안준범 미래예측연구소 소장)이라는 역술인의 해석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계속되는 화재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일정 수준의 화재 발생은 불가피한만큼 전문가들은 화재 진압을 위한 공간 확보와 피해시 주민들의 신속한 도피를 도울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는 골든타임 5분을 놓치면 진압이 어렵다”며 “소방차 진입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종호 호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의정부 화재처럼 10층 이하 건물은 스플링쿨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법을 고쳐서 규모에 상관없이 전 세대에 설치하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혜ㆍ이지웅ㆍ박혜림 기자/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