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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탓에 사업부진”...이제는 엄살(?)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보통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 떨어진다고 곧바로 사업하기 어려워진다는 호소가 이제는 엄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21일 산업연구원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상장기업 중 10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환율이 수익성에 주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대상기업들은 환율이 1% 변동할 때 영업이익률이 0.05%포인트 변했지만,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엔 환율 1% 변동 시 영업이익률 변동폭이 0.03%포인트에 그쳤다. 최근들어 환율 변동이 수출과 기업의 영업이익률 등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절상)하면 수출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화 절상은 원화표시 기업의 해외 영업이익도 축소시킨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수출산업의 구조가 변했다면, 그리고 수출의 형태가 변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산업의 수출 비중이 줄고 환율 변동의 영향이 작은 산업의 수출 비중이 커지는 경우다. 또 기업들이 수입 중간재 비중을 늘려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해외생산을 늘려도 환율의 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최근 해외생산과 연관이 깊은 제조업의 현지법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전자부품이나 컴퓨터, 영상음향 통신기기, 자동차 등의 해외 직접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덕분에 환율 변동이 수출가격에 미치는 변동비율을 의미하는 수출가격 전가율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0.6대였다가 2011년 이후에는 0.44까지 하락했다. 제조원가에서 수입 중간재의 비중이 커지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환율 하락으로 생산비용이 줄어든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처럼 수출 기업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환율 급변동이 경제주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환율 하락 시 기업 채산성 악화만을 과대평가해 다른 경제주체에 주는 영향을 소홀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이 하락할 때 임금 소득과 기업 소득의 분배 조정 등이 과거와 다르게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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