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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나만의 ‘모비딕’은?
“나의 ‘모비딕’을 성취했다.”

지난 주 사고로 왼손 검지를 잃고도 9개의 손가락으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수직 절벽 ‘엘 캐피탄’을 사상 처음으로 등정하는데 성공한 토미 콜드웰(36)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뜻을 이루어낸 뒤의 벅찬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비딕’은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로, ‘모비딕’이라는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고래잡이 선장의 복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말 콜드웰은 케빈 조르겐슨(30)과 함께 19일간의 사투를 시작해 기어코 900m 정상에 올라 맨손 등반 정복에 성공할 수 있었다. 등반 도중 날카로운 바위에 손가락이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으며 수직 암벽의 난간에서 비박을 하며 끼니를 때우는 어려움을 이겨낸 끝에 이루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난공불락의 거대한 암벽 ‘엘 캐피탄’은 1958년 처음으로 암벽 등반가가 등정한 이후 수많은 이들이 100개의 코스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동안의 등정은 모두 로프 등 인공장비를 이용한 것이었다.

지난 2010년 악천후로 첫 등정에 실패했던 콜드웰은 이번 등정에 나서기 전 자신이 소설 ‘모비딕’의 고래잡이 선장 에이허브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며 “엘 캐피탄은 나의 모비딕이다. 그것은 모험 여행과 같이 용기와 희망을 준다. 등정은 아주 호기심이 넘치는 일로서 나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큰 꿈을 꾸고 나의 한계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등정 과정은 시작부터 정상 정복까지 페이스북 등 SNS을 타고 지구촌 곳곳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콜드웰 등은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을 SNS에 올렸으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응원하는 팬들은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보냈다. 정상 정복하기 까지의 순간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었으며 마술과 같았다.

‘엘 캐피탄’의 맨손 등정을 보면서 누구나 도저히 넘기 힘든 ‘모비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스포츠에서는 그동안 천재들이 ‘모비딕’을 잡는 기적같은 일들이 많았다. 영국의 전설적인 아마추어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는 1954년 1마일(1609m)을 3분59초4로 주파, 마침내 세계 최초로 마의 4분벽을 깼다. 그 이전까지 4분 안에 달린다는 것은 죽음에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알았던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그의 역사적인 기록이 있은 지 한 달만에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4분벽을 돌파했다. 1년 후엔 37명이 4분벽을 넘었고, 2년만에 그 숫자는 300명으로 늘어났다. 마라톤 2시간 이내 완주와 한 시즌 골프 메이저대회 4연속 우승도 힘들기는 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모비딕’으로 관심을 모은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진리였음을 ‘엘 캐피탄’ 등정은 보여주었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새로운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가진 이들에게 정복되는 것을 역사속에서 많이 지켜볼 수 있었다. 학창시절 읽었던 ‘모비딕을 서재에서 다시 꺼내들고 읽으면서 나만의 ’모비딕‘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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