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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쇼핑·배송 불편…고객안전도 소홀
한국상륙 한달…이케아 광명점을 가다
하루평균 고객 3만2000여명
고객 몰려 제품번호 확인도 어려워
호기심실수요자 재편은 뚜렷


사실상 대형마트인 글로벌 ‘가구공룡’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상륙한지 한달이 지났다. 국내 가구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란 우려부터 개장 후 발생한 광명 역세권 교통대란과 영업정지 위기,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은 서비스 문제까지 하루하루가 논란의 연속이었다. 개장 한달이 지난 지금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불만사항 개선? 여전히 ‘감감 무소식’=지난 18일 개장 시간보다 10분 이른 오전 9시50분께 도착한 이케아 광명점. 개장 초기 주차장 진입까지 40여분 걸리는 악명높은 교통체증은 해소됐다. 하지만 내부 주차장이 개장과 동시에 시작되는 주차전쟁은 여전했다.

주차 후 2층 쇼룸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마다 구경나온 남녀노소로 인파로 가득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4~5개 쇼룸 당 한 명꼴로 배치된 관리직원들이 고객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쇼룸 안에서는 너무 많이 몰린 고객들로 인해 당초 계획한 쇼핑은 접어야 했다. 

2층 쇼룸에서 본 물품의 일련번호 및 진열대 위치 정보를 기록해온 고객들이 1층 셀프 서브 공간에서 해당 물품을 찾아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서울 동작구에서 왔다는 채지은(45ㆍ여) 씨는 “전시해 놓은 가구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바람에 제품 구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품번호 및 진열대 위치 확인도 제대로 못했다”며 “배송ㆍ설치 서비스가 없어 불편한데다 쇼핑까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단일통로 형태로 구성돼 원하는 물건이 없더라도 반드시 모든 쇼룸을 거쳐야만 하는 매장구조 역시 주요 불만사항으로 꼽힌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도착한 1층 ‘셀프서브’코너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제품 번호와 진열대 위치, 섹션을 힘겹게 찾아 왔어도 대부분의 인기품목이 매진인 탓에 빈 손으로 돌아서야 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현장에 있던 이케아직원은 “자리가 빈 곳은 매진이며, 창고에 해당 물건이 있더라도 영업 중에는 안전문제로 지게차 진입이 불가능해 채우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실시간으로 재고량이 업데이트되는 이케아 앱을 통해 확인 후 방문해달라”고 했다. 다만, 실시간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앱에 나타난 수량에서 10~15개 정도의 오차는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희진(25ㆍ여) 씨는 “셀프서브 코너에 최대 6개 내외의 물건만 가져다 두는 상황에서 이 정도(10~15개)의 오차가 있다는 것은 사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해 기분이 나쁘다”고 불평했다.

이밖에 조립ㆍ설치 서비스는 개장 한달이 지나도록 개시조차 못하고 있으면서도 일부 상품 가격표에 버젓이 조립서비스 비용을 기재하는 등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매장 밖으로 나와보니 주차장은 내ㆍ외부를 가리지 않고 꽉 차 있었다. 이케아는 교통체증 대책으로 지난 9일 광명시의 요구에 따라 기존 650면의 임시주차장에 350면을 추가로 조성했다. 단순 구경 손님을 줄이기 위해 3시간 이상 주차한 뒤 물건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2만원의 주차비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광명시는 임시사용 승인을 오는 3월 15일까지 연장해줬다.

▶호기심 방문자에서 실구매자로 방문객 재편=주차불편ㆍ구매불편ㆍ서비스불편 등 각종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방문객은 아직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달이 지나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 개장 초기 단순 호기심형 방문객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은 역력하다. 계산대 앞에 줄 선 사람들의 노란 쇼핑백과 카트에 가득 담긴 가구제품과 생활용품은 이를 잘 말해준다.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던 한 직원은 “최근에는 방문객 중 50% 가량이 실제 구매층”이라고 귀띔했다.

광명시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하루 3만2000여명의 고객이 이케아를 다녀갔고, 이날까지 누적 방문객은 1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70%가 그저 구경 한번 온 사람들이란 분석도 있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는 이케아가 기여하는 바도 없진 않다. 다양한 가격대의 가구 및 생활용품과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무장한 제품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 온 박영선(32) 씨는 “기존 한국 가구에서 찾기 힘들었던 감각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부인과 함께 온 백덕기(63) 씨는 “긴 쇼핑 시간이 필요해 피곤한 것이 사실이지만 값싸게 실용적인 가구를 구할 수 있는 점은 분명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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