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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웃돈 3억 위례…지금은 찬바람만
단속뜨자 분양권 시장 꽁꽁…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가보니
위례자이 웃돈 1억원대로 추락
거래도 없고 입주땐 더 떨어질듯
동탄2신도시·마곡도 매수 실종
전문가 “봄에는 다시활기 가능성”



“(분양권 시세)저는 잘 몰라요. 다른 데 가서 물어보세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송파구과 성남시의 시계(市界)를 넘나들며 문을 두드린 7곳의 중개업소 가운데 3곳에서 직원들은 난처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대개 ‘위례○○공인’이나 ‘위례△△공인’ 같은 상호가 붙은 곳들이었다. 유리창에 큼지막히 붙은 ‘분양권 전문’이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도의 주요 택지지구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대 수억원을 호가한다던 아파트 분양권 웃돈은 어느새 절반 이상 빠졌다.

▶뜨거웠던 위례신도시, 지금은 찬 바람만=지난해 청약 열풍의 진원지인 위례신도시에서 이런 분위기가 뚜렷하다.

1억원은 기본이고 심지어 2억~3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던 분양권은 매수자들이 사라지면서 시세가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달 말 구청과 세무서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이 위례신도시 인근의 일부 중개업소에 들이닥쳐 불법 거래 단속을 벌인 이후 중개업계는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온라인을 통해 분양권 시세 정보를 제공하던 업소들도 일제히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렸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2억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다고 알려졌던 ‘위례자이’ 전용 121㎡(테라스하우스)의 현재 웃돈은 1억원 초반대로 곤두박질쳤다. 기준면적(전용 85~95㎡ 수준)에 붙은 웃돈은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떨어지는데 그쳤다. 작년 12월 전매제한이 풀린 ‘위례아이파크2차’와 ‘위례송파힐스테이트에’는 웃돈이 6000만~8000만원 정도까지 떨어졌지만 거래 사례는 찾기 힘들다.

J공인 관계자는 “일부 단지들의 웃돈은 지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거래가 드물다”며 “입주가 다가올 때까지 거래가 부진하게 이어지면 잔금을 치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분양권을 쏟아낼 수 있기에 웃돈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지동 코리아리츠공인 대표는 “위례자이나 래미안위례 같이 인기 좋았던 곳에서 웃돈이 수억원씩 나간다고 했지만 실제로 거래로 이어진 사례는 최대 85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은 분양권”이라며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의 합법적인 물건들은 많은 상태지만 투자수요는 아파트가 아니라 상가나 오피스텔로만 몰리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위례신도시 안으로 공사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동탄2ㆍ마곡지구도 낙관 못해=동탄2신도시의 분양권 거래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부터 일부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분양권 거래는 크게 줄었다.

화성시 반송동 동탄2신도시공인 관계자는 “평균에 비해 싸게 나왔던 분양권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대부분 소진되고 나서는 추가 매수세가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둔 ‘동탄2우남퍼 스트빌’ 전용 59㎡의 웃돈은 6000만~7000만원, ‘동탄2 KCC스위첸’ 84㎡은 1500만~2500만원 수준으로 물건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

인근 책임공인 관계자는 “문의하는 손님들은 열에 여덟이 전셋집 찾는 사람들”이라며 “입주 전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웃돈을 1000만~1500만원 정도 낮춰 내놓지만 팔리지가 않는다”고 귀띔했다.

올해 초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공급된 마곡 힐스테이트 마스터에도 최대 5000만원까지 웃돈이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지만 실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수요가 많은 소형 면적에 4000만~5000만원씩 붙었다는 웃돈은 어디까지나 분양권 가진 사람의 희망가격이지, 벌써부터 그 가격으로 실거래라고 보긴 힘들다”며 “아직 계약도 마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분양권은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섣부른 투자 주의해야”=전문가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봄부터 청약제도 간소화가 시행되며 분양시장 활황이 예상되는 만큼 분양권 시장도 계속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짧은 기간에 급작스럽게 호가가 오른 곳은 조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남수 신한금투투자자문부 연구위원은 “급격하게 올랐다가 가파르게 가격이 떨어졌기에 시장 수요자들이 섣불리 분양권 매매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다만 위례나 동탄2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봄 성수기가 되면 분양권 거래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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