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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비해 혼인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무효

- 혼인 후 재산관리 및 분할에 대한 분쟁이 우려된다면 ‘부부재산약정’ 고려해봐야

최근 재혼 부부가 결혼 전에 “이혼하더라도 각자의 재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혼전 약정’을 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2014드합301307)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각자 배우자와 사별 후 만나 혼인신고를 하고 동거를 시작한 남편 A씨와 아내 B씨.

A씨에게는 뇌병변으로 장애등급 4등급을 받은 아들 C군이 있었는데 결혼 후 딸로부터 ‘B씨가 C군에게 험담을 하고 겁을 주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C군은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하거나 가출해 노숙자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뇌경색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A씨는 이처럼 C군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 B씨 때문이라 생각하여 불만을 갖게 되었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은 재혼 10년 만에 서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제3부는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 B씨의 재산분할청구를 받아들여 “A씨는 B씨에게 재산분할로 8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혼 대비한 혼전 재산분할 포기 계약은 무효
법원은 혼인파탄의 책임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고 보고 분할대상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및 파탄 경위, 나이, 직업,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시기 및 경위 등을 참작하여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서로 각자의 재산에 대해서는 향후 간섭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재산분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한다는 약정을 했더라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울산시 정선희 법률사무소의 정선희 변호사는 “법원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재혼하는 부부가 이혼에 대비하여 재산분할을 아예 못하게 하는 혼전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각자의 재산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합리적인 선에서 약정해야
요즘 들어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 가운데 결혼을 앞두고 혹은 재혼 시에 재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나중에 상속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해 재혼을 반대하는 자녀들 때문에 ‘이혼 시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담은 혼전계약서를 고민하는 재혼을 앞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선희 변호사는 “대부분의 판례상 사전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면서, “따라서 이혼 시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더라도 위 사례와 같이 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어 정선희 변호사는 “하지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재산약정을 체결할 때 혼인 전에 각자 보유하고 있던 특유 재산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재산에 대한 관리권도 각자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이혼 시 서로의 재산분할 비율을 합리적인 선에서 약정한다면 법원도 그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혼인신고 이전에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대항력 없어
‘부부재산약정’이란 결혼하려는 예비부부가 결혼 중의 재산소유 및 그 관리방법 등에 대해 결혼 전에 미리 계약을 해두는 제도를 말한다. 부부재산약정은 자유롭게 서로가 원하는 내용을 담을 수 있지만, 부부 평등의 원칙 및 민법의 기본 원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정선희 변호사는 “부부재산약정은 결혼 중의 재산관계에 대해서만 약정이 가능하고, 결혼 전이나 이혼시의 재산에 대해서는 약정이 불가능하다”면서, “혼인신고 이전에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대항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부부재산약정은 혼인신고 전에 예비부부가 함께 신청을 해야 하고 예비남편의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 등기소에서 한다. 이미 한번 약정등기를 하면 혼인기간 중에는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법원에 신청하여 허가를 받으면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부부 중 한명이 사망했을 경우에도 부부재산약정 등기의 소멸을 신청할 수 있다. 정선희 변호사는 “부부재산약정을 하기 위해서는 부부평등의 원칙과 민법의 기본원리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면서, “꼭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부부 각자가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을 경우, 이와 관련된 분쟁이 우려된다면 변호사와 상담하여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약정등기를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선희 법률사무소 정선희 변호사]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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