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세가율 높은 지역, 집값 상승률 별로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서울 성동구 행당동 대림아파트 84.87㎡(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5일 4억6500만원(3층)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같은 층이 2013년 8월엔 4억9000만원, 지난해 9월엔 4억7300만원에 각각 실거래 신고돼 매매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전세는 2013년 가을 이후 꾸준히 4억원대에 거래된다. 2013년 가을 이후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이 80% 이상 기록하고 있지만 매매가격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매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매매가격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율이 뛰면 전세가격에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늘고 시세도 뛸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로는 전세가율과 매매가격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5개 자치구인 성동구(74.9%), 서대문구(74.4%), 구로구(73.1%), 동작구(72.9%), 중랑구(72.7%)의 최근 1년간 아파트 시세 변동률은 대부분 서울 전체 평균보다 낮다.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1년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83% 올랐다. 같은 시기 중랑구는 0.27%, 구로구는 0.82% 오르는데 그쳐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서대문구도 1.44% 올라 서울 평균보다 낮았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성동구 아파트값의 경우 1.97% 뛰어 평균 보다는 상승폭이 컸지만 차이는 미미했다.

이들 지역은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세로 1년 전인 2014년 1월께 일제히 전세가율 70%를 돌파했다. 성동구는 2013년 11월(70.1%), 중랑구는 2014년 1월(70.3%), 서대문구는 2013년 8월(70.4%), 동작구는 2013년 10월(70%), 구로구는 2014년 2월(70.3%) 각각 처음으로 전세가율 70%를 돌파해 매매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가율 상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데 실제로 매매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급매물이나 저가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매매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 자치구 아파트 거래량은 전세가율 70%를 돌파한 이후인 2014년 한해 동안 서울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만6260건에서 9만286건으로 36% 늘었다. 같은 시기 성동구는 2206건에서 3394건으로 53%, 중랑구는 2102건에서 3628건으로 72%, 서대문구는 1658건에서 2473건으로 49%, 구로구는 3139건에서 4553건으로 45% 각각 증가했다. 동작구만 2674건에서 3413건으로 27% 늘어서 평균을 밑돌았다.

사실 높은 전세가율이 매매가격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지방에서는 이미 증명된 사실로 통한다. 전세가율이 오래전부터 70%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집값이 제자리걸음인 지역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광주 남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82.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01년2월 이후 변함없이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15년 동안 전세가율이 이렇게 높았는데 집값은 많이 올랐을까.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1년2월부터 지난달까지 91%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125%)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가율이 수년간 70% 이상을 유지해온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 대부분 광역시에서 나타난다. 전세가율이 높다고 반드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팀장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약하고 전세에 더 장점이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전세가율이 높아져도 굳이 비싸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전세가율이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때문에 무리하게 내집마련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