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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박병국]‘소형 항공기’개발, 면피 급급한 국토부
“양심적으로 기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언제든지 보직이 바뀔 수 있는 일개 연구원일 뿐입니다.” ‘땅콩회항’으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낙인이 찍힌 국토교통부가 취재원 역할을 한 정부정책기관 연구책임자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나 재차 도덕성 문제에 씁쓸함을 던져준다. 이번에도 또 항공정책실이다.

지난 26일 오후 6시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기자는 이날, 항공기 안전을 담당하는 감항당국인 국토부가 소형항공기 개발에 나설경우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소형항공기 개발주체 논란’이라는 기사를 썼고, 전화는 이것이 보도된 이후 한참이 지나 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항공기 수출을 위해 체결한 미국과의 항공안전협정(BASA)의 전제조건인 ’감항독립성‘ 부분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전화의 주인공은 국토부 장우철 항공산업 과장이었다. 그는 기사내용에서 밝힌 것처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사를 왜 보도하려 하느냐고 한 장본인이다. 장 과장은 전화통화에서 “양쪽의견을 다 실어주셔서 균형있는 기사를 내 주셨다”고 밝히면서도 “BH(청와대)에서 보면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공동해명 자료를 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자료는 국토부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동 이름으로 나왔다. 그런데 해명자료에는 기사 팩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선 대책없이 기사에 담겼던 국토부의 입장만 그대로 담겼다. 국토부는 국익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기사의 문제점보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되면 불이익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으로 청와대만 두려워하며 봉합(?)에만 몰두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취재원 역할을 한 진영권 항우연 항공상품보증센터장의 의견과는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항우연은 국토부가 정책을 펴기 위해 감항성 연구용역 등을 맡기는 국책연구기관이다. 진 센터장은 감항성 부분 국내 최고 전문가다.

기자가 자초지종을 묻자, 진 센터장은 “해명자료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빼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었다”면서 “양심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거듭 사과했다. 앞서 국토부 항공산업과는 기자가 항우연을 취재 중이던 지난 24일 항우연 부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 센터장에게 입장을 번복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넣은 바 있다. 장 과장은 감항성에 대한 세 기관의 의견이 틀리지 않아 해명자료를 낸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 부처의 일방적 의견일 뿐이었다. 산업부 모 사무관은 자료 초안을 누가 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토교통부이며, 항공산업과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추가 취재 내용을 모두 안 장 과장은 이후 전화통화에서 “보도자료는 공동으로 쓴 것이다. 산업부 자동차항공과 L 과장과 통화해 봤느냐, 일개 사무관 주무관은 잘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의 기사는 항우연 내 감항성 연구책임자의 입을 통해 수출이 막힐 우려가 있으니 미리 준비할 것을 주문한 것이 골자였다. 국토부는 미국연방항공청에 확인을 통해 ‘소형항공기 진행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느냐’고 묻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결국 국토부는 청와대가 무서워 취재원인 한 연구자의 양심을 짓밟고, 국익에 대한 우려를 깡그리 무시한 셈이 됐다. 이번에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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