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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결국 헌법소원 심판 까지 내몰린 김영란법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법)이 졸속 입법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는 국회 본회의 통과 하루만에 원내 지도부를 성토하며 “수정해야 한다”, “보완해야 한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법조계의 비판 수위는 이 보다 훨씬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위헌 논란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김영란법을 희화화하는 말들이 넘쳐났다. 민간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이젠 기자들에게도 공무원연금을 줘야겠다”고 했고, 법을 통과시켜 놓고 뒤늦게 보완을 거론하는 국회를 두고는 “환자 수술하고 나서 잘못했다고 말하는 의사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권익위의 이성보 위원장은 이번에 빠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지 같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새로운 쟁점을 낳았다.

이 가운데 입법권을 남용한 국회가 가장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 변협의 헌법소원 청구다.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더구나 시행령이나 예규 등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 지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변협이 헌법소원 청구 방침을 밝힌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김영란법에 누가봐도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위헌요소가 담겨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도 김영란법이 시행 전이기는 하지만, 신청이 있을 경우 헌법소원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에 대해 변협이 지적하는 위헌 요소는 이 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부터 언론이 지적했던 문제점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영방송 등을 넘어 민간 언론까지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정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해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한 것은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변협은 이대로 시행될 경우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 자유가 크게 침해되고 수사권을 쥔 경찰ㆍ검찰이 이 법을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청렴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이정표를 만들자며 시행하는 법이다.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사방에서 뭇매를 받으며 헌법소원 심판 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이 모두가 공(公)과 사(私)를 구분못한 국회의 무능에서 비롯된 일이다. 국회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당초 취지를 살리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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