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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기자의 貨殖列傳] 염철(鹽鐵)논쟁이라도 벌여야 하나
중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임금을 꼽으라면 한무제(漢武帝)가 상위에 오른다. 활발한 대외원정으로 국토를 넓혀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드높인 치적 덕분이다. 그런데 한무제 때는 중국 역사상 처음이자 가장 치열한 경제논쟁도 벌어졌다. 소금과 철의 전매를 두고 벌인 염철논쟁(鹽鐵論爭)이다.

춘추전국의 혼란과 초한대전을 치르며 세워진 한나라는 가난했다. 하지만 문제와 경제 시대의 문경지치(文景之治)로 재정이 회복된다. 당시 정책의 핵심은 감세(減稅)와 시장자유다. 10분의 1이던 세율을 15분의 1, 30분의 1까지 줄였다. 당시로서 일종의 경기부양책을 펼친 셈이다.

그런데 제위 초기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물려준 튼튼한 재정으로 활발한 대외원정에 나섰던 무제도 끝내 막대한 군비를 감당하기어려워 진다. 그래서 호족과 상인들이 영위하던 소금과 철, 술 사업의 전매제를 실시해 재정을 확충한다. 기존 세금의 세율을 높이고, 새로운 세금도 만들었다. 관청이 상업활동에 나섰고,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물가를 통제했다. 경기부양으로 살아났던 민간경제는 계획경제가 강화되면서 활기를 잃게 된다.

무제 이후 이 같은 계획경제에 대한 반발로 염철논쟁이 벌어진다. 중앙정부는 “재정의 바탕이므로 염철전매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호족과 상인들은 “정부가 민간과 이익을 다투지 말아야 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어쨌든 논쟁 이후 염철전매는 폐지되고, 이후 선제(宣帝)는 다시 감세와 민간경제 촉진 등의 경기부양 책을 펼친다. 무제 때 피폐해졌던 한나라 경제는 선제 때 되살아 난다.

한동안 증세에 골몰하던 정부가 최근 기업에 임금상승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를 살리려면 내수회복이 중요한데, 그러러면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해에는 투자와 배당을 강조하더니, 올 해는 주제가 임금으로 바뀐 모습이다.

임금은 불가역성이 높다. 일단 올라가면 떨어지기는 힘들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는 임금체계가 그리 선진적이지 못하다. 직무나 성과 보다는 소속과 연공서열로 임금이 정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문제가 크다. 무작정 임금만 올리면 이 편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임금인상 촉구가 아니라, 임금체계 합리화 지원이다.

최저임금 문제도 그렇다.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가 준수되고 있는 지다. 아직도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현장에서 최저임금제가 지켜지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잘 지켜지지도 않는 제도에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화식(貨殖)은 화식(和殖)이기도 하다. 일방을 강조하기 보다 현대판 염철논쟁이라도 벌여봄 직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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