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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산…그곳에 가면
조선시대 왜구 방어 해미읍성엔
이순신 장군 숨결·천주교 박해 아픔이…

자애롭고 우아한 ‘마애여래삼존상’
햇빛따라 달라지는 백제의 미소 뭉클

왕벚꽃 만개하는 봄철 ‘개심사’ 걸으면
세상사 시름이 푸근한 운치에 사르르



갑자기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곧 풀릴 것이라고 한다. 주말이면 나가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다. 충남 서산시는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바다와 산, 평원, 넓은 목장까지 다양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별 고민 없이 훌쩍 떠나볼 수 있는 지역이다.

서산 여행을 다녀온 후 기자의 머리속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건 ‘백제의 미소’라고 하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다.

역사를 간직한 ‘해미읍성’

▶웃음으로 방문객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마애여래삼존상=얼굴 가득히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후기의 작품으로 백제 미술의 정수로 꼽힌다. 큰 암벽의 중앙에 석가여래입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 왼쪽에는 제화갈라보살입상이 선명하게 조각돼 있다. 특히 석가여래입상의 보주형 광배와 미간의 백호공, 초승달 같은 눈썹, 미소짓는 입술은 매우 친근감을 준다.

역사교과서에는 삼국시대 예술문화를 설명할때, 고구려는 진취적이고 패기 넘치며, 백제는 우아하고 세련된 문화이고, 신라는 소박하고 조화로운 문화라고 기술돼 있다. 백제 문화가 자애롭고 우아하며, 세련됐다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를 제시하는 작품이 서산 마애삼존상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교과서에서 보던 느낌 이상의 감정을 맛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웃고 있는 삼존불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한껏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자애로운 미소짓는 ‘마애여래삼존상’

마애여래삼존상은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지며 빛과의 조화에 의해 진가를 발휘하도록 한 백제인의 슬기가 돋보인다. 따라서 햇빛이 올라오는 오전에 가서 보면 아름답게 웃는 모습이 더 잘 살아난다. 마애불이 새겨진 압벽이 80도로 기울어진채 조각돼 비바람을 막아준다고 문화해설사가 알려주었다. 오랜 세월 수풀에 파묻혀 잠들어 있다가, 뒤늦게 1958년에서야 발견돼 국보 84호로 지정되었다.

▶역사를 간직한 해미읍성=해미읍성은 서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입장료를 받을만한데도, 무료 입장이다. 왜구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선 태종 18년인 1417년부터 성종 22년인 1491년까지 축성된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읍성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성이다. 높이가 5m이고, 성곽둘레가 1.8㎞나 된다. 충청도병마절도사의 영, 즉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다.

해미읍성 성벽에는 청주,공주 등 각각의 고을명이 새겨져있다. 이는 해미읍성 축성 당시, 각 고을별로 정해진 구간을 맡도록 함으로써, 성벽이 무너질 경우 그 구간의 고을이 책임지도록 했다.

해미읍성에는 스토리텔링이 될만한 것들이 많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1579년(선조 12년), 35세의 나이로 훈련원교관으로 부임해 전라도로 전임될 때까지 10개월간 근무한 곳이다. 또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회화나무가 진남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묵묵히 서있다. 300년쯤 된 고목으로 흔히 ‘호야나무’로 불리는데, 천주교인을 이 나무에 매달아 처형했다고 한다. 2014년 8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전통문화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인근에는 1866년부터 1882년까지 천주교 박해때 1천여명의 신자를 생매장한 천주교 해미순교성지가 있다. 박해 당시 신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순교탑이 있는 이 곳에는 천주교인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와 서산한우목장=개심사는 고즈늑한 느낌이 들어 좋다. 백제가 망하기 불과 6년 전인 의자왕 14년(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 개심사는 독특한 건축양식인 배흘림기둥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다듬지 않고 굽어진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사용한 건물과 자연스럽게 굽이치는 돌계단은 푸근함과 여유, 그리고 운치를 선사한다. 왕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대웅전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나라에는 유일하게 피는 청벚꽃을 비롯해 오색벚꽃을 볼 수 있다. 경내로 올라가는 길도 호젓해 절 이름처럼 방문길의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이 열리는 ‘개심사’

개심사에서 멀지 않은 운산면 원벌리와 용현리 일대에는 엄청난 초지와 임야로 이뤄진 서산한우목장이 있다. 골프장 10개 정도는 지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가축병으로부터 한우를 보호하기 위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한우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광활한 초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

▶‘바닷길을 열고 닫는 신비로운’ 간월암과 버드랜드=간월암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면 섬이 되고, 빠져나가면 뭍이 된다. 저녁에는 물이 들어와 이른 아침에 방문했더니 더욱 공기가 좋았다. 간월암 앞마당에는 200년 된 사철나무가 있으니, 고즈늑한 이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간월암은 조선초 무학대사가 창건했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간월암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저녁 노을 빛은 바다까지 붉게 물들인다. 낙조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즐겨찾고 있다.

바닷길 열고 닫는 ‘간월암 ’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을 끼고 있고, 인근 부석면 창리에는 생태공원인 서산 버드랜드도 있어 사계절 철새를 관람할 수 있다. 버드랜드에는 300종에 가까운 다양한 철새에 대한 표본 및 영상자료, 새소리 등 생태 자연 환경 정보를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다. 4D상영관에서는 날개짓을 배우는 아기가창오리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귀한 손님’ 황새 한 마리가 찾아왔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삼길포항=서산의 북쪽 관문인 대산읍 화곡리에 위치한 삼길포항은 어촌의 삶이 싱싱하게 살아있다. 해발 200m 국사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경관이 수려하다. 선상에서 회를 떠 인근횟집에 가서 먹는 특이한 곳이다. 밤에는 대산공단의 화려한 야경도 볼 수 있다. 바다를 지키는 빨간 등대는 아름다운 풍경화의 일부 같다. 옆으로는 7.8㎞로 길게 이어진 대호방조제가 있다. 주변에는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된 삼길산도 있다. 이밖에도 대산항 주변에 있는, 몽돌 해변과 코끼리 바위가 있는 황금산을 비롯해 송림과 기암괴석이 일품인 팔봉산, 서해와 서산시가 한 눈에 보이는 가야산도 서산 9경에 속한다. 안견 출생지인 지곡면에 있는, ‘몽유도원도’를 남긴 안견기념관과 음암면의 정순왕후 생가도 둘러볼만하다.

서산=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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