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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이야기15]라멘트럭과 제니스카페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상수동엔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게가 많다. 특색있는 맛집도 많고, 나름 밑바닥에서 갈고 닦은 가게도 많다. 그런데 단순히 맛, 멋 만을 위해 언급된 게 아닌, 사연과 스토리를 지닌 가게도 많다. 라멘트럭과 제니스카페도 그 중 하나, 아니 둘이다.

라멘트럭은 푸드트럭으로 유명해진 라멘가게. 처음 이 푸드트럭을 접한 건 상수역 인근 극동방송국 앞이었다. 야밤에 긴 줄이 서 있었지만, 별다른 관심을 두진 않았다. 이 ‘불금의 도시’, 긴 줄이 선 푸드트럭을 만나는 건 사실 드문 일이 아니다. 

두번째 이 푸드트럭을 만난 건 다름 아닌 집 앞에서다. 당인리발전소 앞으로 장소를 옮긴 이 푸드트럭 앞엔 또다시 긴 줄이 서 있었다. 이곳이라면 좀 얘기가 다르다. 극동방송국 앞이야 새벽에도 술 취한 인파로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은 휴식과 가족이 어울릴 주택가이니 말이다. 즉, 이 줄은 라멘을 먹고자 직접 푸드트럭을 찾아왔다는 의미.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맛이기에. 긴줄을 기다리기엔 좀 망설여졌다. 포기했다.

그 뒤로 세번째, 이 푸드트럭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엔 지면에서다. 기사에 나온 사연인즉, 요리를 전공한 최병석 씨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푸드트럭에 도전했고, 그의 라멘 맛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한다. 푸드트럭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인근 가게의 반발에 단속까지 피해야 했다. 극동방송국, 당인리발전소 등 푸드트럭이 곳곳에 출몰했던 까닭이다. SNS를 타고 단골손님은 푸드트럭을 찾아왔다. 이제야 비밀이 풀렸다.

그 뒤로 네번째 만남. 어려움을 딛고 최병석 씨가 상수동에 조그맣게 열었다는 라멘집, 라멘트럭에서다. 출퇴근길 도중에 있으니 반갑다. 10석도 채 안될 조그만 가게지만, 분위기는 아담하고 따뜻하다. 주인장은 호탕한 인사로 손님을 맞이한다.

라멘은 7000원, 추가로 계란 등을 넣으려면 1000원을 더 내면 된다. 역시나, 맛있다. 사연과 스토리가 담긴 맛이라 더 맛있다. 국물을 마시면서, 푸드트럭 앞에서 찬바람 속 호호 불며 국물을 마셨을 사람들이 생각난다. “싱겁지 않냐”고 묻는 주인장을 보니 이 사람의 과거, 현재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맛있다. 스토리가 있는 가게의 맛이다.

라멘집 인근에 있는 커피전문점, 음식점과 함께 쿠폰도 공유한다. 커피를 마시면 라멘에 추가할 계란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식. 돈도 돈이지만 쿠폰을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니스카페는 단골집 ‘이었다’. 이젠 상수동을 떠났다. 제니스카페의 사연도 언론에 오르내렸다. 권리금을 못 받고 가게 주인으로부터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이다.

제니스카페의 부재는 이성에 앞서 감성을 흔들리게 한다. 오랜 기간 이곳을 지켜온,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면서도 단골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데이트를 할 때에도, 새 손님을 맞이할 때에도, 어디를 갈까 고민할 때에도 가장 먼저 떠올렸던 곳이다. 이제 문을 닫은, 불이 꺼진 카페를 보니 그동안 쌓았던 추억도 함께 사라진 듯한 공허함이다.

제니스카페 뿐일까. 상권이 들썩이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밀려나듯 하나둘씩 옛가게들이 떠나고 있다. 그 자리엔 프랜차이즈가, 일본풍의 대형 이자카야가 들어선다. 위풍당당한 위용에 슬그머니 반감도 생긴다. ‘여기가 일본이야?’

화장품 가게도 하나둘씩 들어섰다.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홍대에서 상수동으로 도망쳐온 가게들은, 이제 연남동으로, 연희동으로 또다시 짐을 꾸린다. 모두 비슷하고 모두 큼지막한. 상수동도 이제 멀지 않았나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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