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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자율 재건축 유도…경제효과 9조
국토부 추진‘ 건축협정제 지원대책’…건폐율·용적률 인센티브 의미는
소유자 협정맺으면 절차 간소화
창신동등 재정비사업 활기 기대
일부선 “난개발 부추긴다 ”우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ㆍ숭인동 일대. 노후 건물들이 즐비한 동묘 시장 골목은 땅거미가 지자 을씨년스러웠다. 일부 상인들은 외벽 페인트가 벗겨진 오래된 상가건물 앞에서 난전을 펼친 채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시장 인근 토마토 공인 관계자는 “이 동네가 지난 2013년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된 후, 재정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상가나 집주인들이 재건축을 준비하려다 도로기준, 주차장 기준 등을 다 맞추다보니 수익성이 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21일 찾은 노후주택이 즐비한 서울 종로구 숭인, 창신동 일대. 국토부가 건폐율ㆍ용적률을 최대 20%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의 건축협정 추가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건축리뉴얼 활성화를 위한 건축협정제 지원 대책’은 이런 지역의 재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안대로 최종 확정되면 창신ㆍ숭인동 등 노후 주택 밀집지역의 경관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건물이 오래돼 쓰기 어려워지면 새로 짓거나(재건축) 수리하는(리모델링) 등의 재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20~30년 전 처음 주택을 지었을 때와 현재는 도로 확보, 건물 간 이격 거리 등 각종 건축 기준이 달라졌다. 재정비사업을 하려면 이 새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에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비용 대비 집주인 혜택은 없어 사업 추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건축협정제를 도입해 이런 지역에서도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도심 지구단위계획, 도시재생사업지역 등에서 2인 이상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등이 협정을 맺으면 이를 하나의 건물 또는 필지로 보아 건축절차를 간소화해주고 각종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특히 건폐율ㆍ용적률을 조례의 최대 20%까지 더 주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성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숭인동 인근 행운 공인 관계자는 “도로사선 규제 등이 풀리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준다면 이 지역 재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도심 건축물 노화가 점차 심각해지는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 중 절반 이상(55.4%)이 20년 이상 됐고, 30년 이상된 주거용 건축물은 전체의 44.6%나 된다. 특히 단독주택은 대부분 좁고 도로가 없는 맹지에 지어져 정비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소규모 재건축의 길을 터준 ‘건축협정제‘를 시행하기로 했고, 이번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용적률, 세금 등의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추진 계획이 알려지자 수헤지역 주민 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반기고 있다.

재건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가람원건축의 고재풍 대표는 “현재 제도에서 소규모 재건축을 개별 소유자에게만 맡겨두면 진행자체가 안된다”면서 “건축협정제도는 주민동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사업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서울시의 가로정비사업보다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소규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다. 현재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경제효과가 9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단독주택(30년이상) 건축물의 10%를 재정비할 경우 우선 주차장 공동 설치 등에 따른 공사비가 3조원이 줄어들고, 용적률 완화에 따라 건축물 면적이 증가해 약 6조원의 투자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건축 재정비에 따라 총 57만1000명을 위한 일자리도 생긴다.

무엇보다 그동안 재정비 사업에서 문제가 됐던 원주민 정착률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뉴타운 사업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외부인들이 들어와 원주민을 내쫓는 결과를 낳았다면, 건축협정제도를 통한 소규모 재건축은 원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건물을 리뉴얼 하기 때문에 원주민 정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뉴타운 등의 출구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소규모로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건 해결해야할 숙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용적률과 세제혜택까지 주는 것은 파격적인 제안”이라면서 “다만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도 우려된다”고 했다.

박병국 기자/co 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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