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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을 까는 대기업, 재주넘는 스타트업, 조련하는 창업멘토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날이 부쩍 따뜻해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SK그린빌딩 대회의실. 강단에 선 스타트업 기업 ‘SNI Square’의 김병규 대표(51)는 국내 주요 통신사와 ICT기업 등을 거친 베테랑이었지만, 자사 개발 제품을 소개하는 목소리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SK텔레콤 가입자인 25~35세 연령대의 여행 스포츠 마니아들이 타깃소비층이라고 조목 조목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 옆 회의실에선 스타트업 기업 ‘베이비프렌즈’의 류민희 대표(35)가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을 받아내고 있었다. 

SK텔레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 3기 워크숍에서 베이비프렌즈 류민희 대표(왼쪽)가 멘토 카이스트 조성주 교수(오른쪽)의 질문과 조언을 받고 있다.

“기존의 자료를 반박할 때는 정확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왜 명시하지 않았습니까? “ “커뮤니티가 중심입니까, 커머스가 핵심입니까?” “엄마들을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기존 SNS에서 맺어지는 관계수, 사용자 체류시간, 올라간 메시지 건수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없습니다. 저같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매합니다.”

허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베이비프렌즈’가 사업화 추진 중인 서비스는 엄마들의 위한 지역기반 SNS다. 0~2세 유아를 자녀로 둔 같은 지역 엄마들이 육아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친교를 맺는 관심사 기반 사회관계망으로 류 대표는 유아ㆍ육아 관련 상품을 연계한 커머스가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기를 낳고 난 후 어느 기간 동안 엄마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존재가 되고 산후우울증도 겪는다”며 “육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해 엄마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맺어주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브라보 리스타트 3기 11개팀의 발대식 장면.

대기업이 판을 깔고, 스타트업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업계의 스타플레이어들은 조련을 맡았다. SK텔레콤의 창업 기업 발굴ㆍ육성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가 대기업-스타트업이 연계하는 ICT 생태계 조성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동안 강의와 스타트업기업의 프레젠테이션, 멘토들의 리뷰 및 토론 등이 릴레이로 이어지는 3기 워크숍이 열렸다. 하드웨어 분과와 서비스 분과로 나눠 열린 이날 행사는 창업팀의 외부 투자유치 및 IR(기업설명) 등을 준비하기 위한 내부 사업계획서 점검ㆍ보완을 위한 멘토링 워크숍이었다.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1월 브라보 리스타트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11개팀 중 10개팀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엔 창업 기업과 1대1로 맺어진 사내 멘토 이외에 국내 벤처캐피탈 및 창업컨설팅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사외 멘토로 합류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인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와 ‘배달의 민족’을 발굴투자한 본엔젤스 강석흔 이사를 비롯해 윤정호 로아컨설팅 이사,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 등이 프레젠테이션 방법부터 투자유치 계획, 사업의 타당성, 데이터 분석, 경쟁력 강화 방안 등에 조언을 했다. 회사별로 1시간씩 프레젠테이션과 멘토링이 이어진 워크숍은 밀도가 높았다.

브라보 리스타트 3기 11개팀은 팀당 초기 창업금 2천만원을 지원받고 오는 10월까지 SK텔레콤과 함께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하게 된다. 이들의 사업 내용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안구 추적 문자 입력 시스템, 공기를 감지하는 스마트에어 웨어러블 기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뉴스제공 솔루션, 2D화상을 3D로 변환하는 카메라 기반 3D 스캐너, 휴대용 음악 작곡ㆍ편집 디바이스 등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SK텔레콤의 평가다.

3기 워크숍에서 서비스 분과 좌장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테크노경영연구소 조성주 교수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가 스타트업의 관건”이라면서 “닷컴 붐이 지금 한국 IT산업의 주역을 길러냈고, 박세리 키즈가 현재 한국 골프계를 이끌고 있듯, 지금 일고 있는 창업붐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기업을 배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같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대기업의 직원 한 명 만나기도 힘든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술 개발과 판로 개척에 막대한 도움을 주는 좋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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