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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명정식]과잉사회, 기본으로 돌아가자
갈수록 잔인해지는 사건사고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총으로 쏘고, 약을 먹이며, 차로 들이 받는다. 심지어 내 자식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패륜범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사회를 멍들게 하는가. 경제적 어려움이 극복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사회 행복의 슬로건과는 자꾸 반대로 가는 비행들을 형법을 강화하고, 문을 더 걸어 잠그며, 돈을 더 벌어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웃에서 사고가 빈번해질수록 내 삶도 불안해 진다. 웬만한 사고에도 놀라지 않고 갈수록 무디어지는 사회는 더 큰 문제다.

인간성 회복이 절실하다. 심화된 자본주의 속에서 경제력은 최고의 가치이자 객관적인 척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부(富)의 확장성과 세습성은 사회 균열의 원인되기도 한다. 자살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42명씩 자살해 OECD 국가 중 자살률 단연 1위인데 주 요인을 경제 문제로 분석한다. 그렇다면 경제적 환경이 개선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인가. 최근 재조명 받고있는 심리학 거장 아들러(Alfred Adler)는 비행의 원인을 개인에게 두고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환경을 변명 삼는 것’이라 한다. 환경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고 행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경쟁이 구조화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선진 자본주의는 온전한 주체적 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하며,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는 경쟁 없는 교육을 지양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체감하기 어려운 GDP 성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이웃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가정의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세포이다. 마르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고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이 있는 학교이자 안식처다. 그런데 최근의 사건을 보면 그런 가슴 뭉클했던 ‘어머니’라는 이름마저 의심케 한다. 어머니가 자식과 가족원을 살해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친족 대상 범죄 건수가 2011년 1만8901명에서 2013년 2만3654명으로 2년 새 25% 늘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고 핵가족화로 2인 이하 가족이 4인 가족을 넘어서면서 부모의 빈자리는 전자기기로 대체됐고, 가정의 울타리는 퇴화해간다. 대화의 기술을 익히고 식탁문화를 복원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력은 가족 모두의 기본 의무임을 잊지 말자.

느림의 생활방식의 실천이다. 삶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랑과 배려는 반비례한다. 최근 슬로푸드, 슬로시티가 주목받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슬로 라이프란 결과 중심의 성과 경쟁을 초월해서 과정 중심의 삶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나와 이웃의 공존을 전제로 하며, 생활방식은 환경과 생태계의 영향을 고려하며 기업은 생산부터 소비자 후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제도에 맡길 수는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잠시 멈춰 내 삶의 가치와 가족의 행복을 생각할 줄 아는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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