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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밀라노 선언 10년, 그후]<2>디자인은 혁명이다...열고, 품고, 허물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디자인은 혁명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밀라노 선언’ 이후 10년간 삼성전자에게는 그랬다. “제품만 잘 만드는 1.5류는 디자인 감성을 겸비한 1류를 넘어설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질책과 성찰은 디자인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이어졌다. 생존을 위해 삼성은 세계적 디자인 거장들에게 문을 열고, 국내외 디자인 인재를 품고, 영입, 가치ㆍ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 내부의 장벽을 허무는 혁신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2010년 3월 이태리 명품 디자이너 마시모 주끼의 혼을 담은 냉장고 출시했다.

▶‘열다’=삼성전자는 밀라노 선언 6개월 만인 2005년 10월 덴마크의 디자인 선두주자 뱅앤울룹슨과 ‘세린폰’을 내놓는다. 화면을 제품의 하단에, 키패드를 상단에 배치한 파격이었다. 이는 2007년 터치스크린과 하이파이(Hi-Fi) 스피커를 탑재한 프리미엄 뮤직폰 ‘세레나타폰(뱅앤울룹슨 합작)’, 전면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의 전성기를 구가한 ‘아르마니폰(조르지오 아르마니 합작)’으로 이어진다. 아르마니폰은 삼성전자를 ‘프리미엄폰 명가’로 우뚝세웠다. 오늘날 갤럭시S6 시리즈의 마케팅과 액세서리에 몽블랑, 스와로브스키 등 패션ㆍ주얼리 디자인업체가 대거 참여하게 된 뿌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갤럭시 노트4 출시 당시 몽블랑과 협력해 노트4 플립 커버, 노트 전용 스타일러스 펜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갤럭시 노트4 출시 당시 몽블랑과 협력해 노트4 플립 커버, 노트 전용 스타일러스 펜 등을 선보였다.

핸드폰 뿐 아니다. 2008년 ‘아르마니ㆍ파브 TV(조르지오 아르마니 합작)’, 2010년 ‘지펠 마시모 주끼 냉장고(마시모 주끼 합작)’, 올해 커브드 TV S9W(이브 베하 합작) 등 생활가전 분야까지 확장을 거듭했다.

2007년 11월 삼성전자와 뱅앤올룹슨(B&O)은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뮤직폰 ‘세레나타’
2005년 10월 삼성전자와 뱅앤올룹슨(B&O)이 공동 개발한 명품 휴대폰 ‘세린

▶‘품다’=삼성은 지난 해 숙적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 팀 거젤을 소매판매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뉴욕 맨해튼 애플 스토어의 곡선 모양 유리 지붕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하지만 베스트바이에 의존하던 삼성전자 미국 소매점의 디자인ㆍ서비스 혁신을 그가 이끌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국가에서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해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백커버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08년 이탈리아 패션ㆍ명품 회사 조르지오 아르마니와의 합작품인 ‘아르마니ㆍ파브 TV’를 전 세계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2007년 11월 삼성전자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전략적 제휴로 탄생한 ‘아르마니폰’.

지난해 4월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제품 디자이너 펠릭스 헤크가 삼성전자 유럽 디자인연구소장으로, 6월에는 하워드 누크(글로벌 산업디자인컨설팅사 어뮤니션 부사장 출신)와 나단 포크만(페이스북 출신)이 각각 샌프란시스코 디자인연구소(SDA)의 제품 디자인 디렉터와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임명됐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에는 갤럭시 시리즈의 UX(사용자경험) 혁신과 변신을 책임질 핵심 인사로 각각 이현율 UX혁신 담당 상무와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 디자인 팀장(전무)이 영입됐다.

올해 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팀장(전무)으로 영입된 이돈태 탠저린의 공동대표.
지난해 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용자경험(UX)팀 상무로 영입된 이현율 보스턴대 교수.























특이 이돈태 전무는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foresight designer, 디자이너는 산업과 제품의 변화를 내다보는 사람)’라는 디자인 개념의 주창자다.

▶‘허물다’=삼성전자의 소속 디자이너는 현재 1000여명 이상으로, 단일 회사의 디자인 조직으로 세계 최대다. 밀라노 선언 당시600여명이던 삼성전자의 디자인 인력은 이미 2010년 1000명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2015년 CES에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이브 베하와 협업한 프리미엄 디자인의 82인치형 S9W TV를 공개했다.

이들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그래픽, 소프트웨어, 사운드, UI(사용자인터페이스), 색ㆍ소재 등 거의 경계가 없다. 디자인 앞에서는 내부조직간 장벽도 모두 사라졌다. ‘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디자인을 통해 행복과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디자인 3.0 철학(MAKE IT MEANINGFUL)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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