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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국사 교과서 이념적 편향성 경계한 법원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금성출판사 지학사 등 6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저자 12명이 “특정 사관을 강요한 수정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내용을 살폈을 때 명령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심의 절차와 방식에서도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종의 교과서 집필진이 문제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수정 명령에 대해 하나씩 상세하게 평가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없애거나 고치게 하고, 학생들이 역사적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 적절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등이 일어나 남북 관계가 경색됐다”고 쓴 두산동아와 지학사 교과서에 대해 주어가 생략돼 두 사건을 일으킨 주체가 누군지 분명하지 않다“고 한 교육부의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고 봤다. 주체사상 등에 대해 북한이 내세우는 주장을 그대로 실은 교과서에 대해서도 “이런 주장이 어떤 맥락을 가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서술을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을 설명하면서 “지나친 외자도입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줬고, 1997년말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고 쓴 금성출판사에 대해선 “경제학계에서 통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과관계가 부족한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는 사실에 바탕을 둬야하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을 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판부가 편향적 시각이 반영된 내용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타당하다. 해당 출판사는 앞서 친일과 독재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지 못해 우편향 논란을 낳은 지학사 교과서가 학부모의 외면을 받은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피로 얼룩진 5ㆍ18 민주화 운동’,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다니!’ 등의 소제목이 부적절하다며 용어를 순화하라고 한 것은 자율성을 옥죄는 지나친 개입이다. 그 정도 인식은 이미 국민들에게 보편화됐다고 봐야 한다.

이번 판결이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취지로 하는 교과서 검정체계를 흔드는 데 악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가가 검인정 제도와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양성은 교육의 기본이다. 정부가 지정하는 소수의 학자들에게 집필을 맡겨 획일적인 내용을 교과서에 담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구미에 맞게 교과서를 다시 편찬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편향성 논란만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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