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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객들 횡포에 ‘밤이 무서운’ 택시기사님들
[헤럴드경제=서경원ㆍ김진원 기자]#. 경기 지역에서 광역 콜택시 기사로 일하는 강모(49) 씨. 얼마 전 손님에게 곤욕을 치렀다.

주로 밤 근무를 하는 통에 별의별 손님은 다 겪어봤다고 자신했던 그였지만 그날만큼은 악몽같은 날이었다고 한다. 일주일 전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은 술에 취해 겨우 몸을 가누며 택시에 타더니 갑자기 강씨를 “어이”라고 부르면서 “나도 갑질 좀 합시다”라고 했다.

강씨는 언뜻 봐도 자신보다 열살 이상 어려보이는 이 남성에게 “얌마, 너 그렇게 살지 말아라”, “씨XX, 운전 똑바로 못하냐”, “개OO, 일부러 돌아가냐” 등 욕설이 동반된 막말을 들었다.

이에 강씨는 그냥 하차해달라고 했지만 “갑님에게 어디서 내리라고 하느냐”고 되레 큰소리치면서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이 남성은 집에 내릴 때까지 이같은 폭언과 폭행을 계속했다.

택시 기사들이 ‘화풀이성 갑질’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 등 사회에서 우월적 지위자로부터 받은 스트레스와 울분을 밀폐된 공간이란 특성을 악용, 택시기사에게 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이모(64) 씨도 한달 전 서울 강남에서 만취한 남자 회사원을 태웠다.

안산까지 가달라고 해서 도착 뒤 깨웠더니 일어나자마자 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며 난동을 피웠다.

이씨는 “자기가 내던 돈보다 몇천 원 더 나왔다며 잔다고 일부러 돌아온게 아니냐며 난리를 피웠다”며 “앞좌석에서 미터기를 발로 걷어차서 박살내고 사이드미러도 파손시켰다”고 말했다.

택시회사 소속 정모(58)씨도 얼마 전 마포에서 용산까지 가는 한 40대 남성 취객을 태웠다.

도착해 깨우니 자는데 건드렸다고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폭행을 당하면서 파출소에 도착, 경찰 중재 끝에 이 남성이 요금을 주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만원짜리 몇 장을 정씨 얼굴에 뿌렸다.

정씨는 “땅에 떨어진 돈을 나는 못 줍는다고 버티니까 경찰이 대신 돈을 주워줬다”며 “생각만 하면 아직도 열불이 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염모(43)씨는 “회사 스트레스를 귀갓길에 기사들에게 푸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며 “밤만 되면 겁이 나서 택시 끌고 나오기가 무섭다”고 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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