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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 마취제 ‘클로로포름’ 아무나 살수있다…규정 無
[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진원 기자]서울 봉천동 모텔 여중생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7)씨가 숨진 여중생을 기절시키는 데 사용한 것은 클로로포름(chloroform)이다.

5일 본지취재 결과 인체 부작용이 커 오늘날 마취제로도 쓰이지 않는 이 클로로포름이 인터넷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성 3명과 성관계를 가진 뒤 클로로포름을 묻힌 거즈로 상대방의 입과 코를 막고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경찰이 김씨 집에서 압수한 클로로포름과 음료수병, 거즈 등을 공개했다. 사진=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정부가 클로로포름 판매자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데다, 현재 규정에는 구매를 제한하는 항목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에 치명적인 마취제가 버젓이 살인도구로 이용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조건만남으로 만난 여성 3명과 성관계 후 클로로포름을 묻힌 거즈로 여성들의 입과 코를 막고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학생 A(14)양은 숨졌고, 다른 2명은 한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10월 인터넷에서 클로로포름을 구입, 배송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인터넷에서 클로로포름은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70여곳의 온라인 판매점은 김씨가 구매한 클로로포름(1㎏) 1병을 약 1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가 한 온라인 판매점에서 클로로포름(500g) 1병의 주문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클로로포름은 증기만 흡입해도 뇌를 마비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수술 마취용으로 19세기 중반 의료계에 도입됐다.

이국현 대한마취통증의학회장은 “나중에서야 간독성, 폐부정맥, 심장부정맥 등 인체 부작용과 함께 폭발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1930년대 의료계에서 완전히 퇴출됐다”며 “요즘엔 기계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공업용으로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김씨 사건처럼 범죄 악용 소지가 높은데도 클로로포름을 사고 파는 데에 규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클로로포름 같은 유해물질을 판매하려면 업자는 환경부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허가권을 받아야 한다.

구매와 관련해서는 법적 제한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판매자가 자신의 판매관리대장 서식에다 구매자 성함, 주민번호, 연락처 등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는 이런 허술한 규정조차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온라인 판매점 6곳에 환경부로부터 취급허가를 받았느냐고 문의한 결과 6곳 모두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또 6곳 중 2곳에서 온라인 주문을 완료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현재까지 기자에게 사용처 등을 묻는 연락을 해온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만약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여러 사항을 묻는다고 해도 구매자가 거짓으로 답한다면 이를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듯 보였다.

이국현 학회장은 “현재로서는 클로로포름 같은 유독물질을 누구나 자유롭게 구매가능한 상황”이라며 “모텔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학회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관리 부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클로로포름을 손쉽게 넣을 수 있는 현재의 규정을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화학물질에 대한 구매 규제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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