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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상혼의 축제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마침내 모든 것이 아주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축제 동안에 어떤 중요한 것을 생각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축제 동안은 조용할 때라도 큰 소리를 질러야만 자기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어떤 행동을 해도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축제였고, 이런 축제가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스페인의 산페르민 투우축제를 배경으로 1920년대 ‘길 잃은 세대’의 상실과 방황, 전쟁에 대한 환멸, 일그러진 사랑과 희망을 그린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축제를 묘사한 대목이다. 축제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헤밍웨이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축제의 열기에 파묻혀 일주일 동안 친구들과 거의 만취 상태에서 보낸 후,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봄의 전령들이 만개하면서 이 땅에서도 축제가 시작됐다. 남도의 벚꽃축제를 시작으로 가을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매일 축제가 열릴 것이다. 지난주말 찾아본 경남 진해엔 흐드러지게 핀 벚꽃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제난을 무색하게 하듯 청춘남녀를 비롯한 상춘객들이 꽃망울을 막 터트린 벚꽃의 순수에 탄성을 토해냈다. 하지만 축제는 상혼에 압도당해 있었다. 거리는 축제장을 옮겨다니는 노상 음식점과 상점이 장악했고, 관광버스와 특별열차는 수용인원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을 쏟아내 기차가 연착되기까지 했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지역주인들의 삶이 녹아들어 한바탕 난장을 이루는 진정한 축제를 보고 싶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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