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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얽매이지 않는 자유…‘콜라주’의 매력이죠”
아홉번째 개인전 ‘콜라주얼’개최…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나얼
어릴적 그림 콜라주로 생명 불어넣어
중학교때 우연히 흑인 음악에 ‘푹’
음악 즐기면서 작품활동 예술 만끽


우린 모두 화가였다. 집안 벽지와 스케치북을 구별하지 않고 그 어느 곳이든 크레파스 하나로 창작혼을 불태웠던, 우리에겐 누구나 한번쯤은 화가였던 유년 시절이 있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 위 크레파스 낙서같은 이 그림은 올해 나이 만 서른일곱, 가수 나얼(본명 유나얼)이 화가로서 전성기(?)였던 유년시절의 그림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네 살때 그린 그림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해왔다. 그리고 아들은 이 그림을 캔버스 삼아 콜라주(Collage) 작품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인 가수 나얼이 전시회를 열었다. 진화랑(종로구 통의동)이 지난해부터 공들여 추진한 기획전이다. 그가 계원예대와 단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라는 사실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의외의 전시 소식이지만, 이번이 벌써 아홉번째 개인전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2001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열었던 각종 그룹전과 아트페어 전시 이력은 A4 종이 두 세장을 훌쩍 넘길 정도다.

4일 시작되는 전시에 앞서 가수, 아니 작가 나얼을 만났다.

▶‘콜라주얼(Collagearl)’=2013년 토스트갤러리 전시 때부터 나얼은 ‘콜라주얼’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전시를 ‘브랜드화’ 했다. 콜라주라는 장르에 자신의 이름인 얼(Earl)을 합쳐 만든 단어다. 이번 전시는 ‘콜라주얼-나얼의 방’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나얼의 방을 콘셉트로 했지만, 실제 그의 방을 옮겨왔다기보다, 나얼이라는 가수, 그리고 화가의 ‘마음 속 방’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사실 나얼에게 언제부터 음악을, 미술을 시작했는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중학교 때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장래 희망란에는 늘 화가를 적어내곤 했고요. 그런데 중학교 때 우연히 흑인 음악에 빠지게 되면서부터 음악은 탈출구이자 생활 그 자체가 된 거죠.”

입시를 위한 반복적인 석고 데생은 지루했지만 빌보드 싱글차트는 줄줄이 외울 정도였다. 수업시간에는 교복 소매 밖으로 이어폰을 빼 귀에 꽂았고, 한 손으로는 드로잉을 계속했다. 음악과 그림은 늘 한몸이었다.

다행히 그가 처음 진학한 계원예대는 자유를 허락했다.

“너희들 하고 싶은 작업을 하라는 분위기였어요. 퍼포먼스만 하는 친구도 있었고 설치작업도 많이들 했었죠. 저는 콜라주가 좋았어요. 드로잉과 텍스트, 오브제를 한 화면에 담는 지금같은 작업은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된 거죠.”

▶크리스찬 나얼, 다빈치코드 같은 그림 속 암호들=이번 전시에는 신작 ‘Collage for infancy’ 시리즈 12점과 더불어 자메이카 여행 중 그린 그림 12점, 윈도우 시리즈 9점 등 총 48점이 나왔다. 콜라주 작업들은 원본과 함께 실크스크린이나 디지털프린트 형태로 선보였다.

그의 작품에서는 영국 팝아트의 거장 피터 블레이크와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가 슬쩍슬쩍 비쳐진다. 특히 어린 시절의 드로잉에 오브제를 얹힌 신작들은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는 “이제 이런 그림은 억지로 그리려고 노력해도 못 그린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로 쓴 이미지들은 대부분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다. 결혼식 장면이나 갓난아이의 사진이 종종 반복됐다. 혼기를 훌쩍 넘긴 ‘노총각’의 바람이 들어갔겠거니 하는 추측은 빗나갔다.

“모두 성경과 관련된 작업들이에요. 작품에 새긴 텍스트 중 하나는 디모데후서 2장 15절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하나님께 인정받은 자로서 공부하라는 뜻입니다.”

결혼식 장면에서 신부는 예수를 믿는 이들, 신랑은 예수, 결혼은 교회를 상징한다고 했다. 갓난아기는 예수를 믿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성서적인 함의를 지닌 작품들에 ‘에끌레시아(Ecclesiaㆍ교회)’, ‘하마르티아(Hamartiaㆍ죄)’ 등 헬라어 제목을 붙였다.

▶예술은 자유=나얼은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성경공부에, 주일에는 교회에 파묻혀 있다.

“저는 기독교를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종교와 복음은 엄연히 달라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새벽기도를 다니고 십일조를 내면서 ‘종교생활’이라는 행위에 갇혀 있죠. 제게 기독교는 복음을 믿는 거예요. 하나님의 말씀을요.”

그는 미술 장르로써 콜라주의 매력을 ‘자유로움’이라고 표현했다.

“얽매이지 않아서 좋아요. 화가에겐 항상 큰 캔버스와 물감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콜라주는 그렇지 않아요. 언제든지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한 소재들로 생각날 때마다 얹어보고 붙여볼 수 있죠.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게 최고의 매력이에요.”

디지털프린트 등과 같은 형태의 모든 작품은 에디션이 37개다. 이 또한 성서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 영혼의 소유자는 오랜 연인과의 이별과 관련해 회자되는 루머에도 “뭐 어쩔수 없지 않은가요”라는 반응이다. 신곡이 나올 때면 따라붙는 연인, 혹은 종교와 관련한 논란에도 더 이상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나얼의 사랑 노래가 그러했듯, 그의 미술작품 역시 이번에도 다양한 해석이 관람객의 몫으로 던져졌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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