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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조문술]입법과 입안, 서툰 너무나도 서툰
정책 입안이나 입법은 그 본질이나 목적이 다르지 않다. ‘어떻게 국민 편익을 향상시킬 것인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다.

정책이나 법률이 어디를 향하느냐는 대상만 보면 정당성은 쉽게 나온다. 그래서 덜컥 만들어지고 뚝딱 제개정된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행위의 책임이 관련이 없는 이에게로 결과의 전가 또는 귀착이 종종 일어난다. 쉽게 말해 예기치 않은 피해가 엉뚱한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좋게 보면 역설 쯤으로 이해되나 정확하게는 부조리에 더 가깝다.

어떻게 작용되느냐를 면밀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입법, 입안 과정에서 자주, 의도적으로 간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제 개편, 통상임금 확대 등이 하나같이 그렇다.

근로시간 단축은 말 그대로 근로자 개인의 하루 노동시간을 줄여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늘리는 게 목적이다. 또 세계 최장인 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자는 취지가 있다. 그런데 이는 업황이 좋은 일부 대기업에서만 소기의 효과가 발휘될 뿐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특히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는 애로로 작용할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가관이다.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 사업장은 시간당 임금이 2만원이 넘는 중견ㆍ대기업 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다. 소기업, 소공인,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의 고통만 확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임금부담 때문에 사람을 자르거나 고용을 줄이는 역작용도 일어난다.

대기업 근로자의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협력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줄고 근로자의 임금액이 동결된다. 소득역진이 일어나는 셈이다. 산업과 분업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에 그러하다. 또한 재무적으로 사용자나 투자자가 자신의 급여나 배당을 줄여 늘어난 임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아닌 탓이다.

그래서 한때 누군가 들고 나왔던 게 ‘이익공유제’다. 대기업이 낸 초과이익에 대해 이를 협력사와 나눠 성장효과를 사회적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익공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해되는 구석이 상당하다.

법인세 역시 더욱 민감하다. 기업은 영업활동, 투자활동 결과 수익을 내고 여기서 각종 비용과 세금을 떤 뒤 배당을 하고 자본을 축적한다. 법인세를 올리는 만큼 배당과 자본축적을 줄이는 게 아니다. 법인세 인상분 만큼 상품가격 인상, 임금동결 등의 전가행위를 통해 부담을 해결한다. 이도저도 안되면 고용을 건드리게 된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기에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 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법인세를 차감받는 각종 투자세액공제도 속속 일몰되는 판이다.

시장경제의 대표적 부작용 중의 하나가 행위의 결과가 대개 갑을관계란 틀 안에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최종 귀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파장과 결과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드러난 정당성만으로 정책을 세우고 입법해서는 위험하다.

freiheit@hre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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