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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희망의 미역국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최근 육군30사단의 맘씨좋은 부사관이 병사들 생일날 일일이 미역국을 끓여주고, 통영의 대학생들이 미역과 당면을 사다가 국와 잡채를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대접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집 떠나온 병사들과 홀로 된 노인들에게 미역국은 행복과 기쁨이다. 요즘 애국자로 불리는 산모(産母)들에게 미역국은 건강과 희망의 상징이다.

그런데, 상반기 공채를 코 앞에 둔 취업준비생들에게 미역국은 기피대상 1호 음식이다. 낙방과 고난의 상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미신’때문이다. 미역의 점액질 성분때문에 ‘미끄러진다’는 느낌이 우리 머리를 강하게 지배한 것이다.


미신의 근원은 황당하게도 산모의 해산(解産)과 연결된다. 일제 침략때의 일이다. 역사책 ‘대한유사’(박영수)에 따르면, 일제가 우리 군대를 해산(解散)했을 때, 자주독립의 희망이 사라지면서, “해산했다고? 미역국 먹었네”라는 말이 유행한다. 산모의 해산과 군대의 해산이 같은 발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역은 군사력 상실에 따른 절망, 즉 ‘외상후 스트레스’의 희생양이 된다.

미역은 탁월한 효능때문에 고대부터 궁중 핵심 식재료였다. 백미는 바로 ‘미끄러짐’의 상징인 점액질 성분 ‘알긴산’이다. 알긴산은 각종 영양소와 수분을 흡수해 급격한 혈당상승을 억제하고 장 속의 콜레스테롤과 담즙을 흡착 배출해낸다. 당뇨, 빈혈, 고혈압, 대장염, 골다공증, 피부노화 방지에 좋고 암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바다의 우유’ 미역은 4월의 대표적 제철음식이다. 취업준비생, 고3 학생들 건강을 위해 4월 미역국을 권한다. 일제가 빚은 미신이므로 영광의 미역국으로 건강을 챙기는 일은 극일(克日)이기도 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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