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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아! 車!] 모델 언니들, 차 사진 찍게 비켜주시면 안될까요?
[HOOC=서상범 기자]모터쇼 취재를 하러갈 때면 언제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부분 “레이싱걸 구경하러 가는거냐? 예쁜 여자분들 사진 많이 찍어와라”라는 이야기인데요.

물론 농담으로 던지는 말씀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취재기자들에게 모터쇼는 한 해 자동차 업계의 흐름과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는 취재의 자리이기 때문이죠.

아침부터 오후까지 분단위로 돌아가는 업체별 컨퍼런스를 소화하려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녀야하기에 모델분들을 구경할 시간도 없습니다.

여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모터쇼의 주인공을 차가 아닌, 모델로 꼽는 일부의 시선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는데요.

차 본연의 가치와 성능을 어필하는 것이 아닌, 모델의 지명도와 노출정도를 통해 화제를 일으키려하는 일부 업체들을 보면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도 합니다.

또 차량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언제나 차량 옆에 꼭 붙어서 카메라의 시선을 받으려고 애쓰시는 모델분들도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기사를 보시는 독자들에게 차량의 온전한 사진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지 굳이 모델분들까지 사진에 넣고싶진 않은데 말이죠.

해외 모터쇼의 경우도 여성 모델들이 있긴 하지만 메인이 되는 차는 모델이 아닌 전시장 메인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오롯이 자태를 뽑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방문했던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각 브랜드마다 메인 차량들이 여성 모델의 포즈가 아닌, 홀로 빛나는 조명을 받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간혹 여성 모델이 서있는 부스는 참가한 기자들의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취급도 받지 않았죠.

이번 서울모터쇼에는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조직위원회에서 이번 모터쇼를 차가 주인이 되는 모터쇼로 만들겠다며 업체들에게 모델들의 노출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 지난 2일 프레스데이 당일의 현장 분위기는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모터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

대부분의 업체들이 블랙이나 화이트 톤의 단정한 느낌의 복장을 입은 모델들을 기용했었고, 노출 정도도 민망하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상급의 ‘마이바흐 S클래스’를 최초로 공개하면서 목선부터 무릎 아래까지 우아하게 감싸는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레이싱 모델로 품격을 높였습니다.

BMW의 경우는 레이싱모델이 아닌 전문 패션모델을 전시차 옆에 세우는 것은 물론, 프로덕트 지니어스(Product Genius)라고 불리는 전문 차량 안내 직원을 배치했습니다.

이들은 차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직원들로 자신들이 맡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취재진에게 꼼꼼히 설명해줬죠.

벤틀리는 아예 모델을 배치하지 않고 차량만 부스에 세웠는데, 100명의 모델보다 더 빛나는 차 한 대에 시선이 쏠릴 정도였죠.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모델의 노출로 승부하는 업체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울모터쇼 포르쉐 모델

포르쉐의 경우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상의를 입은 모델들을 전시장에 세워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였죠.

함께 취재를 하던 한 기자는 “포르쉐라는 가치있는 차와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볼거리라는 차원에서 인기있는 레이싱모델들을 섭외해 화제가 되고자하는 업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자동차업계의 축제가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닌, 일부 레이싱 모델들의 인기투표자리가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또는 부부 등 가족 모두가 함께 평소에 구경하지 못했던 다양한 차들을 접할 수 있는 행사로서의 모터쇼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조금 더 남은 것 같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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