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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이야기17> 상수동에서 주차하는 법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상수동에서 주차를 하려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불법 주차(?)를 하면 된다. 아, 어디나 그렇겠다. 돈을 내거나 딱지를 각오하거나.

상수동엔 원래 골목마다 작은 규모의 주차장이 왕왕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무인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이젠 예전 모습의 주차장을 찾기 힘들다.


한 대기업 계열사가 주차장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인파가 몰리는 상수동이라면 군침 흘릴 만하다.

주차장 사업은 보통 주인이 소유한 경우가 드물다. 땅이나 주차장을 임대하고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은 빈 땅을 그냥 놀릴 바에 임대료라도 받는 게 낫고,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고령자(주차장은 사실 노년층 사이 인기 높은 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등은 특별한 기술이나 체력 소모 없이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주차사업은 보통 이런 식이다. 주인에게 주차장 대지를 임대하거나, 필요한 경우 매입을 한다. 그리고 각종 설비 및 운영 등을 제공하고, 주차장 수익을 대기업 계열사가 갖는다. 대신 주인에겐 일정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불한다. 물론 계약 방식이나 내용 등은 사안별로 크게 다르다.

이렇게 되면서 가장 먼저 변하는 건 주차장의 무인화다. 상수동 주차장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무인화를 해서인지 기본보다 가격은 한층 저렴해졌다. 


그런데, 여기에도 음모(?)는 보인다. 처음엔 저렴한듯 싶더니, 하나둘씩 주차장을 땅따먹기 하듯 점령하고, 이제 상수동 주차장을 모두 손에 넣자 슬금슬금 주차비를 올리는 분위기다.

당연히 물가상승률도 고려하고, 상수동의 뜨거운 몸값도 감안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 기분상으로는 마치 쌀 개방이라도 당한 듯하다. 규모의 경제로 무장한 외국쌀이 들어와 농촌을 점령한뒤 시장논리에 의거해 쌀값을 올리는, 그런 시나리오 말이다.

또 하나, 무인 주차장을 볼 때마다, 또 이젠 낡고 버려진 안내 부스를 볼 때마다 뭔가 미래를 엿보는 듯하다. 기계와 인간의 일자리 전쟁.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라진 부스. 그 대신 들어선 자동 차단기와 기계들. 씁쓸하고, 무섭다. 흉측한 기계가 곧 기자들 일자리도 뺏으려나? 이미 세계 몇몇 언론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대신 쓰는 기계도 도입했다고 한다.

상수동 무인 주차장은 합정역에서 상수역 방면 뒷길에 3곳 정도 있다. 합정역 스타벅스 건너편에도 있다. 가격은 시간대와 장소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니 유념해야 한다. 


사실 이보다 더 군침도는 얘기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불법주차’ 거점이다. 가까우면서도 딱지 뗄 일 없는 그런 장소들 말이다. 사실 이런 게 차별화된 ‘콘텐츠’인데, 고민이다. 건론하게 되면 ‘단속 나오세요’라고 말하는 셈이고, 또 불법을 종용하는 꼴이니 말이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상수역에서 합정역 방면으로 가는 도로변은 많은 차들이 애용하는 주차 포인트. 하지만 의외로 이곳은 단속이 심한 곳 중 하나다.

무인 카메라와 함께 주차단속 차량이 수시로 출몰한다. 맘 불편한 건 참기 힘들다, ‘딱지쯤’이라는 각오라면야 문제될 리 없겠지만, 남들 다 했으니 괜찮겠지 정도의 소신이라면 이 자리는 피하는 게 좋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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