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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기자의 貨殖列傳] M&A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전국을 통일한 진(秦)이 멸망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기원전 207년 명장 장한(章邯)이 옛 조나라 땅에서 항우(項羽)의 초나라 군에 항복한 사건이다. 장한이 이끌던 20만명의 정예병사도 함께 초군에 편입된다. 당시 진군은 대부분 중앙의 상비군 출신으로 자부심이 높았다. 반면 초군은 지방병이나 일반 농민 출신이었다. 그런데 항복한 진군들의 불만이 컸다.

“장한 등이 우리를 속여서 항복을 했다. 우리가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항우는 우리를 노예로 삼을 것이다”

결국 진군은 단체행동을 준비하지만, 항우가 이를 먼저 눈치챈다. 그런데 항우의 대응도 너무 잔인하다. 그는 20만명 모두를 생매장시켜 버린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진군과 항우의 오판에서 비롯됐다. 먼저 진군과 초군의 인수합병(M&A)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군은 초군의 신분이 자신들만 못하다는 우월감을 버리지 못했고, 이는 초군들로 하여금 진군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키우도록 했다.

항우의 잘못도 컸다. 항우는 내부 분열의 싹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무자비한 살육을 단행했지만, 이후 항우는 천하의 인심을 잃고 결국 군사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유방에게 패한다.

우리 경제와 산업도 고도성장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사업의 외형을 어떻게 키우느냐 보다는 사업의 구조를 어떻게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해졌다. 이 같은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M&A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M&A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자세다. 규모가 작은 기업집단에서 좀 더 규모가 큰 곳으로,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

그런데 더 큰 곳으로 간다고 기뻐하고, 더 작은 곳으로 간다고 불만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더 크고, 작은 게 아니라 어떻게 새로운 집단과 시너지를 내느냐다. 특히 작은 곳으로 간다고 불만하면, 애초에 작은 곳에 있던 직원들은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다.

경영자의 세심한 배려도 중요하다. 소속이 바뀌어 낯선 환경이 되면 불안해질 수 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일부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잘 보듬어야지, 실력으로 누르려고 하면 곤란하다. ‘M&A하고 나선 결국 다 자르더라’라는 소문이 난다면 앞으로 누가 그런 회사와 큰 거래를 하려고 할까?

사실 진나라 전국통일의 실질적 계기는 기원전 262년 군사강국 조나라와의 장평 전투다. 이 때 진군은 항복한 조군 40만명을 생매장한다. 만약 장한의 진군이 55년 전 자신들이 저지른 비극이 초군의 원망과 분노의 뿌리라는 걸 알았다면 항복한 처지에서도 우월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화식(貨殖)은 화식(禍殖)이어선 안되고, 화식(和殖)이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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