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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이 총리 사퇴, 정치개혁으로 연결되는 전환점 돼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한 복판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가 중남미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하는대로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고 새 총리 인선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총리가 실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는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현직 국무총리가 금품 수수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르고, 거짓말을 하다 사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국민들은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을 억누르기 어렵다.

그나마 이 총리가 시간을 더 끌지 않고 이 시점에서 사퇴를 했다는 것은 다행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자리를 지켜야 할 총리가 물러나는 예는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일이다. 당장 국무회의를 주재할 총리가 없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의사봉을 잡아야 하는 등 국정 운영의 일시적 공백도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총리는 총리직 수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공백이 야당의 ‘총리해임 건의’ 등 이 총리가 자리에서 버티며 발생하는 혼란보다는 국정 차질이 덜 하다는 건 분명하다.

이 총리는 재임 63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 사실상 역대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까지 안게됐다. 이 총리로선 개인적인 아쉬움이 많겠지만 그럴 것도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불행의 단초는 이 총리 스스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에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잡아뗐지만 곧바로 반대 주장과 자료가 나오기 일쑤였지 않았나. 심지어 “충청도 말이 그렇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거나, “목숨을 걸겠다”는 무리한 결백 주장으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오죽하면 응원군이 돼야 할 여당마저 등을 돌렸는지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완종 파동으로 현직 국무총리의 사퇴라는 커다란 대가를 치렀다. 남 보기에 망신스럽고, 이로 인한 국정 혼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라의 틀이 바로 잡히고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화위복이 된다면 그 대가가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큰 선거가 닥치면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돈이 오간다는 것이 이번에 또 입증됐다. 이런 구태를 벗고 깨끗한 정치 풍토 조성과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이 총리처럼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당장은 여야가 총리 사퇴 논란을 접고 국회로 돌아가 각종 개혁과 민생 현안 처리에 전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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