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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세월호 인양결정, 갈등치유 종착점 아닌 시발점
정부가 세월호 선체를 인양키로 최종 결정하고 22일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았다. 2개월 내에 인양업체를 선정하고 3개월간 준비작업을 거쳐 9월부터 본격 인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종자 훼손이나 유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체를 누인 채 통째로 인양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로써 세월호 수색 중단 이후 5개월여를 끌어온 사회적 난제가 한 고비를 넘게 됐다.

매사에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인양 여부로 반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론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효율적 측면만 따지면 인양하지 않는 쪽이 낫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기술적 어려움, 최대 2000억원을 넣어야 하는 막대한 비용, 2차 피해자 발생 우려 등 ‘3대 불가론’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면서 사회적 기류는 인도적 측면으로 흘렀다. 실종자(9명) 유가족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사고 원인을 더 정확히 규명할 수 있으며, 선체 전시로 안전의식을 높이는 상징물로 활용할 수 있다는 ‘3대 가능론’의 목소리가 커져 갔다. 특히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전문 시위꾼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등 인양 문제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소모적 논쟁의 수렁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인양을 둘러싼 갈등 치유는 종착점에 온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첫 발을 뗀 셈이다. 정부의 로드맵 대로 인양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면 갈등의 불씨가 다시 타올라 세월호 정국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

따라서 최우선 과제는 인양과 관련한 기술적 난관의 극복이다.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社 TMC는 인양 확률을 ‘50% 이상’ 정도로 봤다. 1만t 에 이르는 선체를 시신 훼손 없이 건저올리는 일은 세계적 도전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이 “가능성 보다는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더 크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잠수사들이 또다시 맹골수도의 거센 유속과 사투를 벌이다 자칫 추가 희생자가 나오게 되면 인양 회의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규명에 나선 특조위 활동 기간과 인양 시기가 ‘미스매치’되는 것도 큰 문제다. 세월호 인양은 단순히 배만 건져올리는 일이 아니다. 이런 난제를 풀어낼 국가적 역량과 지혜까지 건져올릴 수 있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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