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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마크 로스코’, 윤형근을 다시 보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어둡지만 탁하지 않다. 울트라마린블루(Ultramarineㆍ군청색)에 엄버(Umberㆍ암갈색 천연 안료)를 섞어 일필휘지로 그어 내렸다. 회화라기보다 서예에 가깝다. 안료는 번지면서 스며들고 배어나오기를 반복하며 린넨(마) 캔버스와 어우려졌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에 동양의 정신성이 배어있달까. 먹의 은근한 농담을 닮은 듯, 부드러우면서도 강고한 붓자국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아둔다.

윤형근(1928-2007) 화백의 작고 이후 첫 개인전이 PKM갤러리(대표 박경미ㆍ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렸다. 갤러리가 청와대 근처에 새 둥지를 마련하고 선보이는 개관전이다. 2013년 고인의 유족들로부터 전속으로 유작 관리를 허락받은 PKM갤러리가 윤형근 재조명하기에 나섰고, 그 시작을 알리는 대규모 전시이기도 하다. 


검은 청색과 다갈색을 섞은 ‘번트 엄버 앤 울트라마린블루(Burnt umber and ultramarine blue)’는 고인이 구축한 독창적인 회화 세계로, 1974년 이전에는 푸른색이 많이 보였으나 이후에는 암갈색이 많이 보인다. 전시는 암갈색이 두드러지는 1970~80년대 초기작들 위주로 꾸려졌다. 세로 1m가 넘는 대작 9점과 소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윤형근 스터디에 본격적으로 나선 PKM갤러리는 지난해 초부터 윤형근 화백의 카달로그 레조네(전작도록)를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향후 2년에 걸쳐 완성할 예정이다.

박경미 대표는 “윤형근의 작품을 대작 위주로 해외 페어에 들고 나갔는데 컬렉터들로부터 굉장히 좋은 반응이 있었고 실질적으로 판매로도 이어졌다. 그런데 여전히 윤형근에 대한 데이터는 부족하다”면서 “갤러리의 명예를 걸고 윤형근을 한국 미술사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첫걸음은 단색화 그룹 내에서 다른 맥락으로 윤형근의 작품을 해석하는 일이다.

박 대표는 “윤형근은 단순히 단색화 작가로 분류하기보다 ‘담화(淡畫)’의 카테고리에서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면서 “그리기를 넘어서 획긋기와 같은 전통 서예의 방법론이 현대적인 재료를 통해 구현된, 현 시대의 문인화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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