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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울리는 정여사 ‘바꿔 줘~’ 여전해

“나 이거 마음에 안 들어 바꿔 줘”

몇 년 전 유명 개그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코너의 유행어다. 이 코너는 사회문제로 대두된 정여사, ‘블랙컨슈머(고의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풍자한다.

생선을 들고 와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말하거나 1년 이상 착용한 바지에 무릎이 튀어나왔다고 바꿔달라는 식이다. 억지를 부리는 정여사의 강압에 못 이겨 판매원이 제품을 교환해 주겠다고 하면 정여사는 동일한 제품 교환이 아닌, 가격이 수십 배나 비싼 제품을 요구한다.

이처럼, 식품이나 유통, 서비스업에서 행해지던 정여사의 횡포가 최근에는 제조업체나 자동차, 건설업계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차 문제에 대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글을 작성하겠다고 업체를 협박해 보상을 요구한다.

이에 업체들은 우선 '정밀검사'를 통해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직접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대응한다. 이후에도 허위사실 유포나 업무방해를 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부속 업체에도 블랙컨슈머가 손을 뻗치고 있다.

한 내비게이션 업체는 고의적으로 내비게이션 배터리를 터트린 뒤 손해를 입었으니 차량을 새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에게 3000만원을 물어준 적도 있다.

최근, 블랙컨슈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자동차업체들은 강력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자동차회사는 멀쩡한 차량을 소음이 심하다며 2개월간 항의성 전화를 300통이나 한 고객을 업무방해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1심 법원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 고객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현재 고객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한 상태다. 이밖에 이 회사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고객이 욕설 및 성희롱 발언을 할 경우 전화를 먼저 끊도록 했다.

건설업계에도 블랙컨슈머가 등장했다. 이들은 입주자 사전 점검 기간에 발생한 하자를 빌미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무상 설치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시공사의 하자보수기간이 지난 후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서까지 건설사에 보수를 요구한다.

A건설사의 경우, 입주자 단체가 사전점검 때 발견된 세대별 하자 적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이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학교분담금 및 발코니 확장 공사비 반환을 요구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5년 전 서울에서 B건설사가 분양했던 한 아파트 입주민 K씨는 최근 샤시에 누수가 발생하자 샤시 하자 보수 비용의 일부를 B건설사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할 시 건설업체는 보수기간 동안 작업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수 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몇몇의 입주민들은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면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해당 건설업체의 후속 분양 물량에 관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는 경우가 있다.

건설사측에서는 무리한 요구임을 알면서도 회사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글이나 루머가 퍼져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주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 발생한 C건설사의 아파트 하자 문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입주자 사전점검기간에 발생한 하자보수를 빌미로 입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계약내용과는 별도로 수 억 원대의 커뮤니티센터 운영비지원, 각 동 비상계단 전 층 LED 조명설치, 주차유도관제시스템 제공 등을 추가로 원하고 건설업체 불응 시 불매운동 또는 영업방해 행위로 건설사측에서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점검 때 발생한 하자에 대해 관련 규정에 맞게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입주민들의 무리하게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가 타 지역 신규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집회를 여는 등 새 아파트 분양에 방해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랙컨슈머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최대한 소비자의 편의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블랙컨슈머의 횡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블랙컨슈머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공통된 대응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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