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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 이야기 18> ‘상수동 with 유모차’, 여기를 가시라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5월 5일은 어떤 날일까.

아이들에겐 1년을 기다린 어린이날이다. 직장인에겐? 월요병을 잊게 해 줄 빨간 날이고. 신혼부부에겐? 반짝 선물 같은 해외여행의 마지막 날이겠다.

자, 그럼 이제 돌을 앞둔 아이를 둔 이 시대 육아 맘에게 5월 5일은? ‘화요일’이다. 아니, 화요일이란 게 중요하긴 할까? 일주일이 ‘월월월월월월월’인 그 삶은, 직접 겪어보지 않곤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아니 섣불리 짐작해서도 안 된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남편 혹은 아내의 직장 휴무일을 맞이해 백만년 만에 외출을 준비한다. 일단 낮잠 시간과 겹칠 수 있으니 유모차는 필수. 가둬두지 말라며 용을 쓸 것이 분명하니 아기 띠도 주섬주섬. 예상 외출 시간은 11시부터 오후 6시. 2번의 분유와 1번의 이유식이 필요하겠다. 온수와 분유통, 이유식 통까지 더하니 기저귀 가방이 터질 것 같다. 괜찮아. 늘 그래왔잖아. 외출을 허해줄 만큼 자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날씨를 보니 참 애매하다. 반팔은 춥겠고, 긴팔은 덥겠다. 긴팔은 벌써 작은데, 반팔은 아직 크다. 계절의변화와 아이의 성장속도를 미처 가늠치 못한 초보 엄마ㆍ아빠의 어수룩함이다. 가볍게 입히고 나니 어쩐지 불안해져, 스카프를 챙기고 양말을 챙기고 외투를 챙기고 담요까지 더한다. 또 한 짐이다. 괜찮아. 늘 그래 왔잖아. 


문을 여는 찰나. 아, 나가기 전에 기저귀도 갈아야지. 다시 또 옷을 벗긴다. 도대체 1살도 안 된 아이는 이 힘의 원천이 어디일까. 옷을 한 겹씩 벗기고 입힐 때마다 유격이라도 뛰는 듯 온몸 비틀기를 쉬지 않는다. 이미 땀이 가득한 내 얼굴은 한여름이다. 괜찮아. 늘 그럴 테니까. 그래서 쿵푸팬더는 말했다. ‘이너 피스(Inner Peace)’.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이후 매번 반복된 외출 풍경이다. 이날 휴일 외출을 앞두고 미리 상상한 풍경이지만, 싱크로율 99%를 확신한다. 남은 1%는, 저 단계 중 하나라도 버티다 못해 외출을 포기하는 경우.

유모차를 끌고 상수동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면, 확실히 이 동네는 유모차 친화적인 동네는 아니다. 꼭 먹고 싶은 핫도그 집을 찾아 가지만, 입구에서부터 유모차를 거부한다. 어렵사리 자리를 잡은 맛집도 아기용 테이블이 있길 바라는 건 언감생심. 아끼는 맛집일수록 아이와 여유롭게 먹을 넉넉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리가 5개에 불과한 상수동 맛집 ‘파이브테이블스’ 같은 곳 말이다.

그래도 외출을 포기할 수 없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몇몇 장소는 있다. 식사와 커피를 겸할 수 있는 곳으론 무대륙이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무대륙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1층에 있다는 점. 넓은 옆문을 이용하면 유모차도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커피는 물론 식사류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론 감자스프를 무척 좋아한다. 브런치로도 다양한 메뉴가 구비돼 있다.

병아리콩은 야외 테이블이 많은 커피숍이다. 무대륙에서 멀지 않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 테이블에서 유모차를 놓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도 좋다. 인근에 있는 샤이닝스타도 애용하는 곳.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해 유모차를 주차(?)하기에 편리하다.

여유로운 식사가 어렵다면, 테이크아웃한 음식으로 상수동 골목을 산책하며 먹는 것도 방법이다. 별버거는 포장이 가능한 수제버거 집이다. 상수역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큰 도로변에 있다.

이것도 저것도 복잡하다면, 아예 메세나폴리스를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곳곳에 수유시설도 있고, 또 워낙 유모차 부대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라 어지간한 식당에선 모두 아이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다수의 ‘동지’를 만날 수 있으니 한결 민망함도 덜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아예 한강변 산책 코스를 잡아도 좋다. 상수역에서 강변북로 방면으로 내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채 100미터 가량 직진하면 한강으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소란을 피해 아이에게 봄기운을 전해주는 산책도 좋은 상수동 나들이가 되겠다.

어린이날, 상수동 어딘가에서 분홍색 퀴니 유모차를 끄는 이를 만난다면, 동지 여러분 우리 반갑게 인사해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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