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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통법, 5G 투자 vs 요금인하 딜레마에 빠지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새벽에 줄 서 휴대폰을 사는 일은 없어졌다. 치열한 마케팅 전쟁도 사라졌다. 요즘 웃돈을 받고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단통법이 만든 1년 전과 지금의 180도 달라진 시장 분위기다.

단말기 유통법으로 소비자들은 약 10만원의 직간접 손실을 입었다. 이통 3사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1분기와 달리 단통법 덕에 경쟁이 사라진 올해 1분기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였고, 이는 고스라니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절감된 마케팅 비용은 1분기에만 약 3300억원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마케팅수수료와 광고선전비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이 약 2550억원 가량 절감했다. 올해 1분기 SK텔레콤에 번호이동 등을 통해 신규 가입한 가입자가 187만명임을 감안하면, 고객 1인당 약 13만5000원의 비용을 절약한 셈이다. 

지난해 2월 11일 새벽 동대문에 위치한 한 스마트폰 매장은 갤럭시 노트3와 아이폰5S를 싸게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시내 주요 스마트폰 매장들은 이통사들의 늘어난 마케팅 비용을 이용, 평소보다 몇 십만원 저렴하게 최신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했고, 이는 이동통신사들의 1분기 대폭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 그리고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결과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KT는 이번 1분기 7082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52억원 대비 8.6% 줄어든 수치다. 단통법 덕에 LG유플러스 및 SK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KT는 약 67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이 기간 번호이동과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을 통해 KT에 새로 들어온 약 73만 여명의 신규 가입자 1인당 9만1780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덜 썼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통사의 경쟁을 사라지게 한 단통법 덕에 1인당 9만1780원을 통신비 및 단말기 대금 명목으로 추가 지출해야 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치열한 시장 경쟁이 사라지자 생겨난 모습이다.

LG유플러스 역시 단통법 효과로 5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1분기 신규 가입자 1명 당 1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1분기라면 고객 또는 판매상에게 돌아가야 할 9만1000원과 10만원의 돈이 그대로 이통사에 남아 영업이익으로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1분기는 아이폰5S와 갤럭시 노트3 등 당시 최신 스마트폰을 앞세워,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뺏기 경쟁이 치열했던 때다. 2월에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동대문 한 휴대폰 매장 등에서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풍경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통신사들은 번호이동 가입자 1인당 대리점에 최고 100만원에 가까운 판촉비를 지급했고, 이는 다시 고객에게 일정부분 단말기 할인으로 돌아왔다.

반면 올해 1분기는 단통법과 정부의 강력한 온라인, 벤드 단속 정책, 그리고 폰파라치까지 활성화되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다. 심지어 이통3사들은 지난해 말 반짝 올렸던 공시 보조금을 연초 대폭 인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길게는 향후 2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지만 2분기 수익은 ARPU 증가, 마케팅 비용 감소, 자회사 수익 개선 등으로 호전될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영업이익은 연평균 11.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비슷한 이익 구조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이는 LTE망에 대한 이통사들의 투자가 사실상 끝난 반면, 5G에 대한 신규 투자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2년이 향후 투자에 기반이 될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황금기’인 셈이다. 매출은 LTE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며 소폭 줄어들면서도 영업이익은 꾸준히 느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정치권 발 요금인하 압박을 경계했다. 안정기에 접어든 통신 시장에서 늘어난 이통사의 이익을 요금인하 재원으로 쓴다면 5G 투자가 지연되고, 결국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민은 여기에 단통법이 더해진 것. 정부는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자, 정치권과 손잡고 통신사에게 요금인하 압박을 넣고 있다. 어설픈 시장 가격 개입이 만든 부작용을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풀 듯이’ 이통사에게 전가해 면피하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투자를 위한 이통사 이익 보장, 소비자 요금 인하 모두를 동시에 잡는 것은 애시당초 힘들 것”이라면서 “시장가격 개입이 아닌, 경쟁 활성화와 가격 투명성으로 풀어야 했다”고 단통법의 칼날이 제조사를 넘어 이통사로까지 번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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