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박일한]건설업계 갈등 부추기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
정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자 건설업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방침에 반대하는 종합건설업체(이하 종합)는 13일과 19일 세종시와 국회 앞에서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확대에 찬성하는 전문건설업체(이하 전문)는 맞불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복합 공사’는 토공, 도장, 방수 등 전문 공사 2개 이상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종합적인 계획 관리가 필요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종합만 수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특정 건설공정만 공사할 수 있는 개별 면허를 가진 전문과 건설공사의 모든 공정을 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종합으로 나눠 공사를 발주하고 수행한다.

그런데 정부는 2011년 11월 전문에게 3억원 미만 ‘소규모 복합공사’는 수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규모가 작은 복합공사는 2개 이상 면허를 가진 전문이 맡아도 무리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정부가 이를 10억원 미만으로 높이려 하자 종합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종합은 자신의 사업 영역이 계속 침범 당한다고 느낀다. 종합이 수행하는 공사 중 10억미만 공사가 전체의 78.7%(14조4000억원)나 되기 때문이다.

일단 이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으로 봐선 안된다. 현재 종합으로 등록된 기업의 98.6%가 중소기업이고 이중 87.8%가 소기업이다. 중ㆍ대 기업수는 종합(1212개)보다 전문(2336개)이 오히려 더 많다. 가장 우려되는 건 지방의 중소 종합이다. 지방에선 지역에 뿌리내린 중대형 전문이 많다. 이들과 경쟁이 쉽지 않으리란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10억미만 발주청의 대부분은 지자체로 지역 시의회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설협회는 지방 중소형 종합이 수주하던 물량의 최대 64%(6조5000억원) 정도를 전문에 빼앗길 것을 우려한다.

지방 소규모 전문에게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3억원이상 복합공사는 소형 단독건축물 등 주로 3개이상 전문공사가 복합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전문은 이를 수행할 능력이 못된다. 이번 개정안으로 수혜를 입는 건 상위 10% 정도의 중대형 전문일 것이라는 이야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공사 도급단계를 줄여 거래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분석도 이견이 많다. 수주받는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비율을 그대로 두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문은 직접 시공하지 않고 다시 하도급을 준다. 이렇게 2-3단계까지 ‘하도’에 ‘재하도’로 이어진다. 직접시공비율을 늘리지 않으면 종합이 주던 하도를 전문이 준다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게 없는 구도다.

종합과 전문으로 나누어 발주하고 공사를 수행하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한쪽의 규제완화는 다른 쪽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일 수 있다. 인위적인 업역 구분, 직접시공 비율 상향 등의 문제를 그대로 둔채 추진하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는 건설업계 갈등만 확대시킬 뿐이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