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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洪, 돈키호테 전면전, 李 암중모색…檢 패 감추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정관계 금품 공여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회한 어린 육성과 메모를 남기면서 시작된 검찰의 ‘유언수사’는 증거인멸 우려와의 전쟁이었다.

당사자가 있는 사건과는 달리, 목격자나 심부름꾼의 말에 따라 사안의 성격이 바뀔 수도 있음을 의혹대상자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술의 방향을 조정하고 싶은 욕구는 본능처럼 일었을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사시, 이완구 전 총리는 행시 출신으로 모두 법에 해박하기에 법정 방어를 위한 전략은 치밀한 듯 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유도하는 등 수사기관의 공세를 방어하는 양태에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홍 지사가 장외공세를 포함해 전면적으로 대응했다면, 이 전 총리는 암중모색하며 공세는 자제한 채 핵심 진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는데 집중했다.

검찰은 이들의 드센 방어전략에 대비해 핵심적인 수사결과에 대해 당사자 조사과정에서 공개하지 않고 기소할 때 적시하는 방안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한 홍 지사 1억원 수수혐의를 뜯어보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라는 핵심적인 전달자가 등장한다. 검찰 수사결과 윤씨를 향한 홍지사 참모들의 설득은 입체적이고 집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엔 김모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 전 홍준표의원 보좌관이 나섰다가,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홍 지사의 비서관 출신인 강모씨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지인 중 윤씨의 학맥을 찾아 전화설득까지 독려했다고 한다.

홍지사의 전현직 참모가 입체적으로 ‘주군 구명’에 나선 것은 인연을 중시하는 홍 지사의 인사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여의도에서 사귄 동료와 참모들을 대거 경남도로 데려와 서울사무소장, 특보, 도립대 총장, 지역연구원장 등에 앉혔다가 지역 여론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이를 막후 지휘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홍 지사는 참모들의 막후 설득과는 별도로 지속적인 장외 공세를 이어갔다. ‘당사자 사망으로 반대심문권 보장을 못받아 불리하다’, ‘검찰이 수사를 희한하게 한다’, ‘2011년 경선기탁금은 아내의 비자금이다’ 등등의 취지로 공세를 이어가더니, 최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한 듯, 공천헌금 관행까지 제기했다. 홍지사의 숱한 별명중에는 ‘돈키호테’도 있다.

이에 비해 이 전 총리는 총리 재임중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가 사과한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대놓고 장외 정치공세는 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전달자가 사망했으므로,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장면과 돈 전달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을 잘 막으면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목격담이 번복되고, 돈이 어디에 담겼는지에 대한 진술도 음료상자, 노란봉투, 쇼핑백 등으로 바뀌자,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전 총리측이 자신의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와 성 전회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상대로 회유한 징후를 포착했다. 이 전 총리는 친화력 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암중모색하는 ‘후흑(厚黑)’의 기질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여러 별명 중에는 ’오뚝이’도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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