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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인지하 만인지상에서 피의자로…’ 드라마 같았던 이완구의 한 달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ㆍ한 사람의 아래, 만 사람의 위). ”

올해 초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이완구 당시 총리 후보자에게 건넨 덕담이다. 고사성어에 정통한 JP가 조선시대 영의정을 상징하는 이 어구를 인용해 그를 치켜세웠다. ‘차기 충청권 맹주’, ‘포스트 JP’로 통했던 이 전 총리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전 총리는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같은 충남 출신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14일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총리는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이유여하를 떠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이 전 총리가 자신의 주장대로 무혐의를 입증하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4전 5기’ 이완구의 화려했던 정치인생= 이 전 총리는 1974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최연소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31살에는 홍성경찰서장, 1990년대에는 충북 지방경찰청장과 충남 지방경찰청장을 지내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96년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발을 내딛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7년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2002년 다시 한나라당으로 이적하면서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며 첫번째 시련을 맞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두번째 위기는 2009년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당시 주류였던 친이계와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세우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설전을 벌였고, 이후 지사직을 내던지는 결단을 내렸다.

2012년 혈액암이 발병하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1년만에 암을 극복하고 2013년 부여ㆍ청양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충청권의 ‘잠룡’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박근혜 정부의 차기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언론 통제’ 발언이 공개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52.7%라는 역대 가장 낮은 국회 인준안 찬성률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 ‘롤러코스터’ 같았던 한 달…檢과 치열한 수싸움 예고= 숱한 시련을 겪었던 이 전 총리지만 지난달 9일 그동안의 정치인생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사건이 터졌다. 자원외교 관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튿날 이 전 총리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이후 “그 양반(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경향신문과 성 전 회장의 통화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야당의 총공세를 받았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을 잘 모른다”고 했던 해명이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70여일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 한 이후부터는 외부 활동을 일절 자제하고 소환 준비에 매진해 왔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금품 공여자가 사망해 돈을 건넬 당시 상황과 최종 행적에 대한 진술을 할 수 없는데다 3000만원 전달 장면을 직접 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등 수사팀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을 경우 이 전 총리가 기소되더라도 재판에 가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우선 무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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