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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은 보릿고개” 신혼부부들 한숨 커진다
어린이날·어버이날 지출이어…주말마다 결혼식장 순례 강행군
스승의 날엔 어린이집 선물 고민도


다음 달 첫 딸의 돌잔치를 앞둔 이은희(31ㆍ여) 씨는 가계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5월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달 지출액이 벌써 115만 원에 이른다. 한 달 생활비 예산을 훌쩍 뛰어넘은 금액이다. 결혼식이 잦아 축의금으로 20여 만 원을 지출한 데다, 어버이날에 양가 부모님 선물에 드린 용돈으로 80만 원을 썼다. 1~5일 황금연휴기간에 나들이를 나갔다가 쓴 돈도 15만 원이나 된다. 이씨는 “경조사비와 부모님 용돈 등은 꼭 써야하는 돈이라 어쩔 수 없지만, 육아휴직 중이라 외벌이로 생활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어버이날 누리꾼들 사이에서 떠돌며 웃음을 주었던 게시물.

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가정의 달’ 5월을 넘기는 신혼부부들이 숨가쁘다. 어린이날ㆍ어버이날을 넘어가니 곧 있으면 스승의 날이다. 게다가 쌓여있는 청첩장에 주말마다 결혼식장을 순례해야 한다. 결혼식 비용, 폭등한 전셋값 등으로 가뜩이나 지갑 사정도 얇은 결혼 1~2년 차 부부에게 5월은 큰 부담이다.

신혼부부들에게는 무엇보다 어버이날 선물이 큰 고민이다. 결혼 전에는 생략하기도 했던 부모님의 선물이나 용돈을 두 배로 드려야 한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서모(34) 씨는 “결혼 전에는 카네이션만 달아드리고 슬쩍 넘어가기도 했지만 처가댁에 용돈을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부모님께도 용돈을 드리게 됐다”며 “적은 돈이 아닌데 매해 이렇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다가오는 스승의 날 생각에 골치가 아프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선물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거절하거나 스승의날에 아예 문을 닫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은 행여나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봐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는 추세다.

기념일을 두고 감정 상하는 일도 더러 발생한다. 신혼부부들이 주로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버이날을 전후로 처가댁, 시댁 어른들로부터 꾸지람을 받았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게시되고 있다. 지난달 결혼한 안모(32ㆍ여) 씨는 “결혼하느라 많은 돈을 써서 어버이날 각 10만원씩 용돈을 양가 어른들께 드렸는데, 첫 어버이날이라 서운해하시는 눈치였다”며 “대출금 등 써야 할 돈이 많은데 매 해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겨드려야 하는건지 고민”이라고 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14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월 한달간 평균 58만7000원을 지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출되는 돈은 대개 어버이날, 어린이날 선물에 사용된다. 응답자들의 85.5%는 5월의 기념일 중 어느 날이 가장 부담스러운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어버이날‘이라고 답했다. ‘어린이날’이라는 응답은 26.1%, ‘스승의날’은 10%였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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