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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산업 ‘살리는’ 中 vs ‘죽이는’ 韓
중국은 진흥정책 발표 대대적 장기투자
한국은 정치논리 따라 정책 갈팡질팡



국내 중소 조선업체가 채권단의 자본논리로 인해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산업을 맹추격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과 대비된다. 중국이 조선업 진흥정책을 발표하고 장기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2월. 글로벌금융위기로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업황이 최악이었던 시기였다. 황금기를 위해 최악의 시기에 선제투자한 중국은 조선산업 지형도마저 바꿔놓았다.

반면 조선강국이던 한국은 정부와 금융권 지원정책이 일관되게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을 상당히 잃었다. 조선산업을 죽이는 한국과 살리는 중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시기 황금기 준비한 中=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수준잔량 기준으로 글로벌 10위내 중국에서만 4개 조선소가 이름을 올렸다. 35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중국 조선소는 16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 조선소는 9개에 불과하다. 중국 조선산업은 지난 2012년부터 선박 수주량ㆍ건조량ㆍ 수주금액 등 3대지표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중국은 낮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능가하는 수주량을 올리고 있다. 2013년 이후 수주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이는 중국정부의 뚝심있는 투자 덕분이다. 중국 조선업은 지리적 입지에서 매우 불리하다. 1만 45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과 광대한 지역에 조선소가 뿔뿔이 흩어져있다. 이를 극복한 것은 ‘해양굴기’의 일환에서 이뤄진 전폭적인 지원이다.

조선업 진흥정책에는 ▷생산안정화 ▷시장수요 확대▷해양프로젝트 설비 및 선박수리업 발전 ▷조선사간 인수합병 지원 ▷기술수준 제고 등이 포함됐다.

금융정책과 전후방산업도 지원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중국은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조선업체를 위해 최저금리로 선박금융을 지원한다. 취약한 설계기술과 고부가가치 선박건조기술 등을 위해 해외업체도 거침없이 사들였다.

▶韓 시장논리에 널뛰는 지원= 2009년 이후 한국 조선업은 중소업체 20여군데가 도산하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겪었다. 대형, 중소형업체가 선단을 이뤘던 한국 조선업계는 대형업체 6곳 중심으로 재편됐다.

명맥을 겨우 유지했던 중소 조선업체들도 존폐 기로다. 국내 중소조선사들은 한국 조선업의 허리를 떠받치면서 중국과의 수주경쟁에서 맞섰지만 악전고투였다. 정부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중국은 국영그룹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중소형 선박의 영업이 이뤄진다. 정부차원에서 해외 영업활동을 지원받는 것은 국내 중소업체들에 꿈꾸기 힘든 여건이다.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돼 정책금융의 지원마저 쉽지 않다.

채권단 지원이 이뤄져도 정치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파행되는 일도 잦다. 성동조선해양은 잔존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지만 우리은행 등 채권단 일부가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워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경남기업과 모뉴엘 사태 이후 금융권에 기업자금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잦은 인사개입은 경영정상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 산업은행이 후임사장인선을 미루면서 1분기 수주 실적이 고꾸라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성동조선해양도 채권단이 사장인선을 해주지 않아 5개월째 공석사태다. 채권단의 인사 파행으로 경영정상화가 난항을 겪는 형국이다.

한 국책은행 연구원은 “조선은 고용을 많이 창출하고 수많은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는 산업”이라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은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정부과 금융권의 체계적인 지원을 못받으면서 중국업체에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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