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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통신 비대칭규제 사실상 포기…‘5:3:2 법칙’ 깨진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부가 10년 넘게 통신 시장을 지배했던 비대칭 규제를 사실상 스스로 포기했다. 5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이 후발 주자인 KT, LG유플러스보다 싸게 요금을 책정한 것을 ‘승인’했다.

이는 가격 편차를 지랫대로 선두 주자의 시장 점유율을 간접 규제해 후발 주자들의 생존을 보장했던 ‘비대칭 규제’를 사실상 철폐한 것이다. 시장 지배력에 값싼 요금 경쟁력까지 더한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승인함으로써, 후발 주자들의 생존을 위한 보다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20일 새누리당 정책위 소속 의원들은 오전 당정회의 직후 만족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선발 주자인 SK텔레콤이, 앞서 발표한 KT 및 LG유플러스보다 더 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인 것에 대한 반응이다.

SK텔레콤은 경쟁사와 같은 가격대에, 무선 간 음성통화는 물론 유무선 통화까지 완전 무료로 제공한다. 또 데이터 제공량 역시 상대적으로 많다. 여기에 월 5000원 선에 유료로 제공하던 모바일IPTV까지 모든 요금제에서 무료 기본 제공으로 했다. 같은 금액에 더 많은 음성, 데이터, 그리고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서비스 가격을 낮춘 전략이다.

이처럼 선발 주자인 SK텔레콤이 경쟁사 대비 ‘더 싼’ 요금 구조를 갖게 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정부는 SK텔레콤에게만 ‘요금 인가’를 받도록 했고, 이를 활용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 구조를 갖게 함으로써, SK텔레콤으로 고객이 쏠리는 현상을 막아왔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덤핑’을 막아,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만드는 ‘비대칭 규제’의 핵심이였다.


하지만 이번 SK텔레콤의 ‘band 데이터 요금제’ 출시로 이런 비대칭 규제는 사실상 사라졌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단말기 가격 경쟁을 막은 ‘단통법’ 아래, 이 같은 선발주자의 파격적인 요금 구조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기존 ‘음성 무제한 상품’에 가격을 추가인하 하지 않을 경우,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 60%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안정적이던 후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을 던짐으로써, 전반적인 통신업체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안으로 본격화 될 ‘제 4이동통신 사업자’ 카드까지 활용하면, 가격 경쟁과 쏠림없는 시장 구도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까지 잡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생존을 위해 KT와 LG유플러스가 음성 무제한 상품의 가격을 사실상 추가 인하하는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대칭 규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가 나온 이상, 앞으로 이통 시장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날 “이통사들도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기반으로 한 탈 통신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래부도 정책 역량을 동원해 데이터 기반 산업 분야가 꽃필 수 있도록, 풀어야 할 규제는 과감히 풀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것이 이번 요금제 개편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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