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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남주]‘연금 논란’ 실망, 한번으로 족하다
정치권이 시끄럽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물러났고, 여야간 설전은 기름을 부은 꼴이다. 불발된 공무원연금 개혁이 도화선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촉발된 연금 논란은 국민연금에 이어 기초연금까지 확전되면서 급기야 정치권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은 뒷전이고 여야간 책임 공방만 한창이다. 야당과 여당, 그리고 정부간 공무원연금 개혁을 다루는 해법이 확연히 다른 때문이다. 물론 ‘연금은 연금다워야한다’, ‘퍼주기식 연금은 곤란하다’는 양측의 주장은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다.

연금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기 위한 사회보장 제도다. 장기 불황 탓에 먹고 살기 빠듯한 서민들로선 연금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전국민의 절반 가량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저소득층이 대상인 기초연금은 더욱 그렇다.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은 많은 우려곡절을 겪었다. 처음엔 70%이던 명목 소득대체율이 개혁을 통해 60%와 50%를 낮아진 뒤 재차 40%까지 곤두박질쳤다.

소득대체율 40%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40년간 납부한 뒤 받는 비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도입 시기가 짧아 평균 가입기간은 고작 25년 정도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연금 지급율은 40%의 절반인 20% 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즉, 매월 2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연금을 월 4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1인당 평균 수령액은 32만5130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밝힌 올해 최저생계비 61만7281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으로 부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용돈연금’ 조차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번 연금 파동을 지켜본 국민들은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용돈 연금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2060년이면 기금마저 고갈된다는 점이다. 한 언론매체가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노후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비율이 73.9%에 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선 보험료율 인상, 부과방식 변경 등 새로운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것 같다.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조윤선 사태’라는 돌발변수가 나왔지만 조만간 여의도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예단할 순 없지만 말 많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대신 기초연금 확대 수정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공산이 크다. 여기에도 기초연금의 수혜 대상이나 지급 수준 등을 놓고 심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연금을 더 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 없다. 하지만 문제는 턱없이 빈약한 곳간이다. 40여년 뒤 바닥날 게 뻔한데 잔치를 벌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떡을 만들고 술을 빚을 순 없지 않은가.

여의도발(發) ‘연금 논란’을 통해 겪은 실망은 한번으로 족하다.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대신 대안으로 선택한 기초연금에서도 포퓰리즘 색채가 짙어선 곤란하다. 여의도는 인기영합에 매몰돼 다시 시험에 들게해선 않된다. 무엇보다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국민 없는 국가도, 국민 없는 정치도 없다.

최남주 기자(부장)/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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